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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원고 마감일을 일주일이나 넘겨버리고 있었다.
주말, 24시간의 하루, 낮과 밤 따위의 의미는 나 같은 족속에겐 별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이것은 몹시 불행하거나 그것의 반대일 것이다.
종지부가 어느 때쯤이면 찍히겠거니 하는 막연함만이라도 있다라면 구토 직전의 울렁임이 머리속에서 나를 그토록 멍하게 만들어 놓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 그 때였다. 그들은 진흙탕에서 나를 끌어내 듯, 그러면서 그런 나를 술 자리에 메뉴판처럼 내놓는 것을 전쟁판의 훈장처럼 여기고 있는 거였다.
"너는 실패한 인생이야" "왜 되돌아왔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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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 날리고만 싶었다. 그 녀석, 나 보다 두어살 더 먹었지만 너무 여려 보이던 인생이었다. 한 때 장애인였던 그가 지금 이렇게 자신에 대해 자만하고 있는 꼴을 보자니, 역한 비린내만 전해왔다.
연구실에 돌아와서 나는 그 녀석을 조롱하는 후배 녀석들의 혓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제길, 이런 건 아니었는데...
후배들을 쫒아 버리고,
혼자 남았다.
흠흠, 자유인가? 하지만 다이어리 속에 난 갖혀 있다.
또 내일이다. 또 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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