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편지 11> 지리산에서 염색과 산나물을...
지리산으로 출장노역을 다녀왔습니다.
함양군 마천면에 귀농하여 천연염색 일로 소일하고 연명하는 홍화씨의 지인을 도우러, 홍화씨, 올리브씨와 동행했습니다.
무엇보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절, 실상사에서 지척의 산골마을이라 가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마을과 집은 지리산 천왕봉을 몇걸음 앞 이마에 얹어두고있는 명당입니다. 넉넉치 않은 능선을 따라 90여호가 다닥다닥 또는 올망졸망 붙어 있는 꼴이 70년대 서울 남서쪽의 산동네 풍경처럼 익숙합니다.
감물을 들인 천을 옥상에 널고, 비닐하우스 안에 펴고 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감나무에서 감도 따먹고, 레몬잎을 따서 차도 끓여마시면서 노는 듯 일했습니다. 출장노역의 핑계로, 마실을 다녀온 셈입니다.
수고했다고, 저녁에는 노고단 바로 아래, 하늘아래 첫동네, 심원마을에서의 산나물 밥과 오가피주를 대접받았고. 아침에는, 가을 지리산 자락의 공기야 서늘했지만, 노역비인 척 억지로 손에 쥐어준 거마비 돈봉투가 담벼락에 붙은 아침 햇살처럼 따뜻했습니다.
천연염색 일을 소일거리이자 연명거리로 염두에 집어넣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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