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 누구나 삶의 섬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마크 A. 호킨스 지음, 서지민 옮김, 박찬국 해제 / 틈새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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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지는 하늘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렇게 멍하니 몇 분이 지났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너무나 바쁘게 사는 내 하루인데 무엇을 했는지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바쁘게 많은 일을 했는데 오늘 나는 무엇을 했을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료가 나를 행복하게 할 때도 있다.

 

마크 A. 호킨스의 저서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에서 지루함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지루함의 여백에서 창의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지루함 때문에 비롯된 불편한 감정을 덮어버리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시간 채우기와 시간 죽이기다(60).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 저자는 지루함은 명상 그 이상이라고 한다. 일상 속 지루함의 훈련을 시작해볼까 한다. 그것의 성공 여부는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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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기계
장 콕토 지음, 이선화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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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희곡을 제외하고 희곡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다. 역시 편독하는 나에게 엄청나게 많은 희곡을 읽는일은 일종의 노력이다. 그럼에도 기회가 되어 시간을 내어 읽은 작품인데, 기대한것보다 재미있다.

<지옥의 기계>(La Machine infernale)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바탕으로 쓴 장 콕토의 희곡 작품이다. 4막으로 되어 있고, 각 막에는 유령,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의 만남, 혼례의 밤, 오이디푸스왕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1막은 <유령>으로 선왕 라이오스의 유령이 테베의 성벽 아래에 나타나, 이오카스테와 테이레시아스가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러 성벽을 방문하는 장면이고, 2<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의 만남>에서는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와 대면하여 수수께끼를 풀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며, 3<신혼 초야>는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가 혼례를 치른 날 밤을 재현하고, 4<오이디푸스왕>은 소포클레스의 작품 전체를 포괄압축하는 장면들로 진실이 밝혀지고 비극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17년이 지나고 오이디푸스왕의 거짓된 행복의 시절이 지나고, 왕은 진정한 불행이 진정한 축성임을 알게 된다.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에 눈을 뜨면 그것이 축복이라고 여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진실이 왜곡된 현재 행복하다 느끼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 왜곡된 것일지라도 그 사실을 모르면 행복하다 느낄 것인가. 그러나 언젠가 먼 훗날, 자신에게 주어진 이 모든 것들이 거짓으로 왜곡된 행복, 즉 행복을 가장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삶은 더 비참해질까 행복해질까. 비밀이 밝혀져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보다, 때로는 모르고 지내는 것이 더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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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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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의 날마다 만우절에는 11개의 단편소설이 있다. 여기에는 인간과 삶에 대한 주제로 작가가 가진 섬세하고 자세한 언어로 풀어가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어느 밤>의 주인공 할머니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킥보드를 훔쳐 탄다. 킥보드를 탈 때는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렇게 킥보드를 타던 할머니가 어느 날 킥보드에서 떨어진다. 한참을 바닥에 누워도 할머니를 일으켜주는 사람이 없다. 그러던 중 지나가던 청년이 할머니를 도와준다. 할머니는 청년에게 예전에 하던 얼음땡 놀이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얼음이 되어있는 상태이고 누군가 '' 해줄 거라고 한다. 땡을 하면 할머니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다. 얼음인 상태는 누군가의 간섭도 받지 않고 세상의 걱정도 없는 잠시 멈춤의 상태이다. 우리도 때로는 얼음의 상태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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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강미경 옮김, 마우로 카시올리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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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부터 시작해 다양한 출판사의 판본으로 된 이 작품은 뮤지컬에서 생생하게 실험하는 모습과 변신의 모습까지 여러번 본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번에 그림책으로 나와서 새롭게 다시 읽게되었다. 

1886년 출간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작품으로 인간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대립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내, 인간 내면에 있는 악의 본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겨울밤, 조용하던 런던 거리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어린아이를 무자비하게 짓밟은 흉측한 몰골의 범인 하이드는 명망 높은 헨리 지킬 박사의 거처로 유유히 사라지고, 그 후로 런던에는 하이드를 둘러싼 끔찍하고도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이 사악한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누구인가? 그리고 지킬 박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순수악으로 칭한 하이드씨가 죽음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죽음의 두려움을 느낀다면 순수악으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양면(선과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무미건조한 연구 생활을 못내 지겨워하고 있었네! 지겨운 나머지 때로 신나게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여전히 고개를 쳐들었지 내가 추구하는 철학은 점잖지 못했던 데 비해 나는 유명 인사에다 사회적으로도 꽤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네.”(p.118)처럼 쾌락을 추구했던 지킬, 그리고 그가 지켜야 할 존경 받는 지킬 이 두 가지를 다 갖고 싶었던 인물이었다.

쾌락에 단호히 작별을 고하지만 그 쾌락을 잊지 못하는 무의식까지는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이런 마음들이 결국에는 지킬이 아닌 하이드도 변하게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인간의 모습이고 죄라고 여기면서도 단호하게 내칠 수 있다면 그것은 하이드씨의 정 반대에 있는 순수한 선의 영역이지 입체적인 인간의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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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인간 연극과인간 중국현대희곡총서 3
궈스싱 지음, 김우석 옮김 / 연극과인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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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회곡을 읽는다는것은 나에게는 드문일이다. 그럼에도 낚시하는 이야기에 흥미가 생겼다. 낚시를 좋아하는것은 아니지만, 한 번 바다낚시나 낚시에 매료되면 빠져나올수 없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여러번 들었다. 언젠가 한번은 시험삼아 해보고싶다.

<물고기 인간>은 중국 작가 궈스싱의 1993년 희곡으로 낚시하는 이야기에 인생이 담겨있다. 북방의 어느 호숫가에서 낚시 대회가 열린다. 호수의 신화 같은 존재인 대청어와 물고기를 지키는 위씨 영감은 낚시 대회를 탐탁지 않아 한다. 낚시 대회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30년 전 대청어를 낚다가 아들을 잃은 낚시의 신이 등장하면서 호숫가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30년 전에 그놈을 낚으려고 왔던 낚시꾼이 아들의 목숨까지 얹어 보내고도 비늘 하나 못 건졌어”(p82) 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억지로 하였지만 자기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고 무상하다. “당신이 잘못했네! 근데 왜 낚시하는 버릇 못 고치고?”(p97) 에서 보이듯이 무엇인가에 빠지면 그것을 바꾸고 고치기 힘들 것 같다. 좋은 것이든 아니듯 중독은 무섭다. 낚시의 신이 대청어를 잡으려는 행위가 30년을 기다린 인간과 물고기의 대결이 아니라, 결국은 대청어를 잡지 못하게 막은 위씨영감에 의해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 되었다. 위 씨 영감의 말처럼 다들 대청어가 보고 싶고 그것을 잡는 것을 구경하고 싶지만, 세상에서 어떤 것은 안 보는 게 낫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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