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기계
장 콕토 지음, 이선화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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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희곡을 제외하고 희곡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다. 역시 편독하는 나에게 엄청나게 많은 희곡을 읽는일은 일종의 노력이다. 그럼에도 기회가 되어 시간을 내어 읽은 작품인데, 기대한것보다 재미있다.

<지옥의 기계>(La Machine infernale)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바탕으로 쓴 장 콕토의 희곡 작품이다. 4막으로 되어 있고, 각 막에는 유령,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의 만남, 혼례의 밤, 오이디푸스왕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1막은 <유령>으로 선왕 라이오스의 유령이 테베의 성벽 아래에 나타나, 이오카스테와 테이레시아스가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러 성벽을 방문하는 장면이고, 2<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의 만남>에서는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와 대면하여 수수께끼를 풀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며, 3<신혼 초야>는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가 혼례를 치른 날 밤을 재현하고, 4<오이디푸스왕>은 소포클레스의 작품 전체를 포괄압축하는 장면들로 진실이 밝혀지고 비극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17년이 지나고 오이디푸스왕의 거짓된 행복의 시절이 지나고, 왕은 진정한 불행이 진정한 축성임을 알게 된다.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에 눈을 뜨면 그것이 축복이라고 여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진실이 왜곡된 현재 행복하다 느끼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 왜곡된 것일지라도 그 사실을 모르면 행복하다 느낄 것인가. 그러나 언젠가 먼 훗날, 자신에게 주어진 이 모든 것들이 거짓으로 왜곡된 행복, 즉 행복을 가장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삶은 더 비참해질까 행복해질까. 비밀이 밝혀져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보다, 때로는 모르고 지내는 것이 더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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