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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먹고살기 - 현직 선배들의 진짜 노하우 ㅣ 먹고살기 시리즈
텍스트 라디오 지음, 김은성 엮음 / 바른번역(왓북) / 2014년 7월
평점 :
최근에 늘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다. 앞선 포스트에서 언급을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이래저래 말하고 글쓰는 횟수가 늘어서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헷갈리고 있다.),
어딘가에 '미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정말 간절하게 원하지만 타고난 성향탓인지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조차 짐작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좋게
이야기하면 어떤 일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 되겠지만, 어떤 일에도 딱히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는 것은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꽤나 답답하게
느껴진다. (애당초 내가 이런 사람일 줄 알았더라면, 자아성찰이라는 걸 하지말고 물흐르듯 살다 떠날걸.....씁...이미 너무
멀리와버린 듯.)
(물론 아주 정확하게 하자면, '불호'는 꽤 확실한 편이지만,)
꿈이라거나 세계관이라거나 하는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 음악, 취미생활 따위에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건 상대방까지도
답답하게 만드는 일이라 가볍게 여길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그래서 최근 종종 흔히 말하는 '오타쿠'들에게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비록 일반적으로
그들이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것들이 세상이 곱게 보지 않는 대상 (근데 연애인이나 만화,
게임캐릭터들에 열광하는게 왜 남 눈치를 봐야하는 행위인걸까....?)들이라고 할 지라도 어쨋든 그들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열정을 가질 대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요즘은 그런 사람들의 영향력이 제법 커지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근데 나는 그런 흔한 팬질(?)조차도 해본적이 없고,
주변에서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을 열정적으로 홍보해도 눈꼽만큼의 흥미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런 감정들에 무감하다보니, 이제는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조차 잘 알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직업적인 이점들을 차치해두고서도 칼럼니스트라는
집단이 참 멋지다고 느껴진다. 자신이 열정적으로 좋아할 대상이 있고, 누군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열망에 차 있으며, 그것을
충분히 잘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잘 알고 또 설명할 능력도 있는 사람들. 책의 제목은 <먹고살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에게
그 문제는 그리 심각해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전혀 다른 전공, 직업을 갖고 있는 칼럼니스트도 많다. 물론 이 뜻이 칼럼니스트라는 직업만으로
먹고살만큼 돈을 충분히 번다는 의미는 아니다.) 평론가, 칼럼니스트라는 칭호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사람들, 그저 좋아서 하다보니 어느새 자신이
그런 위치에 올라와 있었다는 이야기가 참 인상깊다. 어쩌면 모든 순간 은퇴를 생각하고, 하지만 언제까지고 은퇴가 없는 명함.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고 마음껏 자랑할 수 있다는 것이 칼럼니스트의 가장 큰 이점이 아닐까.
칼럼니스트는 세상을 질료로 삼아 집필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맥락을 짚어내는 혜안을 가지고, 세상을 관통하는 '무엇'을 기필코 찾아내어 세상 읽기를 한다. 대상에 혼을 불어넣는다. 단순히 사실 나열만을
하는 게 아니라 우연과 사건들을 하나로 꿰어 보여준다. 여러 층위와 차원의 세상을 손 바닥만한 지면에 공존하도록 한다. 그렇게 칼럼니스트들은
칼럼을 쓰면서 세계의 일부를 만들어간다. (19p.)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럼니스트들이 단순히 애호가인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공개된 장소에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 듯,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는 것은 아군을 만들기도 적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내 글이 영향력을 갖기 시작하면 나의 한마디 한마디에 무거운 책임감이 부여된다. 나의 글로 인해 누군가의 가치관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좋아하는 마음 외에도 책임감을 추가로 가지고 부지런히 공부를 한다. 그들은 즐겁게, 하지만 치열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처음 꿈을 꾼 그 순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야 한다. 하루하루 포트폴리오를 쌓아 나갔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 당신은 한 편의 칼럼을 썼는가. 아니, 완성된 칼럼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완성본을 위한 초안 한 편, 일상 속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은 메모 몇 장이라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37p.)
우리는 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은 참
멋져보이고, 또 누구나 한 번 쯤은 꿈꿔봤을 만한 직업이다. 하지만 '글을 쓴다'라는 것은 왠지 타인에게 자랑스레 이야기하기 눈치가 보이고,
스스로의 능력도 계속하여 의심하게 된다. 이 책의 칼럼니스트들 역시 '이것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칼럼니스트는
직업이 아니며, 우리 모두는 이미 칼럼니스트이거나 예비 칼럼니스트라고.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신나게 수다를 떤다. 우리는 충분히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지금 당장 자신이 없는 것은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아직 글쓰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일 뿐이다. 자신이 남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에 대하여 스스로의 시선을 담고, 스스로의 색깔로
풀어내기만 한다면, 조금 부족해 보일 지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히 훌륭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작업은 직업, 금전적이 이득을 떠나서
스스로에게 참 멋진 기회가 된다. 사색에 빠질 시간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사색의 시간을 제공해주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시켜준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지 않더라도 글을 쓰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과정에서 온전히 자신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직업 칼럼니스트가 아닐진데, 글이 멋있는가가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