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요리하는 남자

이 맛에 요리 - 나와 당신이 행복해지는 시간
샘 킴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5월

자신의 일에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는 역시 즐겁다. 샘 킴 셰프의 에세이에는 음식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삶에 대한 행복, 따뜻함이 가득 담겼다. 애써 꾸며내거나 멋부리지 않고, 자신의 삶의 소소함을 담담히 담아내어, 마치 잔잔한 일본소설을 읽는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방송에서 마주치는 샘 킴 셰프의 온화한 모습과 더불어 한 사람의 남자로, 남편으로, 아빠로서의 그의 다정한 모습도 오롯히 담겨있다. 글을 읽는 것 만으로 정성스런 음식을 대접받은 느낌이 든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의 몸에 흔적을 남긴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를 나타낸다!"

음식을 먹는 일은 숨을 쉬는 것 만큼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우리는 종종 식사의 중요성을 망각하곤 한다. 하지만 숨을 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음식을 먹는 일은 우리의 생존과 건강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며, 또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담는 아주 특별한 일이다.

사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에 그다지 흥미를 두지 않는다. 물론 식사를 거르거나 미뤄두는 일은 거의 드물지만, 단지 배를 채우고 영양을 공급하는 행위 그 이상의 의미를 둔 적이 없었다. 그러다 <위로의 레시피>라는 책을 접하고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별 생각없이 먹어오던 음식들에 얼마나 다양한 추억이 담겨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대부분의 특별한 순간에는 음식이 함께 하고,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누군가와 좀더 가까워짐을 느낀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나타낸다"는 말에는 단순히 생물학적, 영양학적 이유를 넘어선 의미가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 덧붙여 셰프 샘 킴은 '요리를 하는 행위' 에서도 다양한 의미를 찾아낸다. 그가 이야기하는 요리는 우리가 지레 짐작하는 것처럼 크게 어려운 것도 화려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요리를 해 주고 싶은 대상을 향한 애정과 요리를 대하는 진심 어린 정성, 단지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해보고, 요리가 가진 다양한 매력에 한껏 취해보라고 말한다.

그가 세상을 보는 따뜻한 마음씨와 진심이 느껴지는 행복한 책이었다. 금전적 이익에 눈이 멀어 잘못된 재료와 잘못된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음식이 멀쩡함으로 포장하고 판매가 되어지고 있는 세상에서, 정직하고 건강한 요리를 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