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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 책쓰기
경향신문 문화부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뭔가 영향력이 있다는 것, 특별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을 때 파워라는 말이 정말 심심찮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파워'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파워블로거는 자주 들어봤는데, 파워라이터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파워라이터를 자기 분야와 관련된 책을 계속 쓰면서 일정량의 판매를 올리고 대중 담론에 영향을 미치는 작가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전히 책쓰기, 작가라는 단어는 상당히 전문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단어이지만, 확실히 SNS의 발달로 그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가 글쓰기를 실천할 수 있고, 자신의 이름이 찍힌 책을 꿈꾼다. 그냥 취미삼아 쓴 글들이
한 순간에 뜨면서 어제의 평범한 블로거가, 오늘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장하는 것도 이제는 크게 놀랄일이 아니게 되어가고 있다. 약간의 감각과
실천력을 가지고, 한 순간에 유명인이 되는 사람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한 방'을 꿈꾸는 것도 어쩌면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정작 출판물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책 시장이 과연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늘 즐겨 읽혀지던 문학작품들과 최근에 뜨기 시작한 치유계 서적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로 '뇌섹인'을
만들어줄 '논픽션'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그러한 다양한 지식들이 전문인들에게서만 향유되고 있는 현상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우리들은 그런
지식들을 알 필요가 없는 것일까. 때때로 당신은 이러한 현상 아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은 해본적 없는가.
나는 자연과학을 전공하면서, 그것을 학자들만의 소유물로 여기고 대중과 유리된 채 우리들끼리만
속닥거리는 현상이 불만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연과학'을 따돌리는 대중들에 대한 불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통을 단절시킨 것은
전문지식인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만의 언어, 우리들만의 가치를 고수하면서, 대중과의 소통에는 약간의 노력도 해보려고 하지
않고서, 대중이 우리를 따돌린다며 투덜거리고만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래도 비교적 최근, '뇌섹'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각각의 지식인들에게만 고립되어있던 지식들이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4인과 같은 파워라이터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참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어떤 생각과 어떤 다짐으로, 자신들의 전문성의 벽을 깨고 독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 걸까.
24인의 작가를 소개하고 있는 만큼, 이 책에는 24가지 색상의 가치관이 등장하고, 때로는 서로
부딛히고 때로는 서로 융합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각각의 개인에게 파고들어 읽기보다는 '파워라이터'라는 하나의 직업에 촛점을 맞추어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한사람의 생각만이 담겨, 자칫 하나의 생각에 갖힐 수 있는 여타의 책들과 달리, 다양한 생각들을 한번에 읽음으로서 스스로의
생각을 공평한 시각에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최고 장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24가지의 다양한 가치 속에서 공통적으로 가지는 가치를 발견하는 것도 또 하나의
유익함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싶은지, 대중들에게 무엇을 알려 주고 싶은지. 즉,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것인지를 명확히 알고, 치열하게
글을 쓰는 것. 논픽션을 다루는 저자라면 누구라도 가져야하는 자세가 아닐까.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누구의 이야기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