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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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사람들의 말에는 정답은 있지만, 공감은 없다. [나는 개천에서 살았다. 하지만 기나긴 노력끝에 이 되었다.] 는 '용'에만 강조한 나랑 상관없는 세상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가 다 얼굴이 벌게질정도로 '개천'과 '노력'을 강조한다. 이 책은 글쓰기책이 아니라 저자의 일기장이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조차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방법'이 아니라 '마음'을 배우고 싶은 사람, 딱딱한 자기계발서보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지금은 조금 잠잠해진 느낌이 드는데, 한동안 글쓰기가 붐을 일으키는듯 보였던 시기가 있었다. 대입논술시험을 치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를 어떻게 책으로 배울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가진 나는 쏟아져 나오는 글쓰기 서적들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이 책 역시 그런 책들 중 하나였다.

 제목부터 심상치않다. <서민적글쓰기>라니, 그당시 서민교수님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제목만 듣고서 '庶民적글쓰기'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니까 어떠한 권력도 가지지 못한 일반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글로서 유명해질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방법론적인 책을 제법 그럴듯한 제목으로 포장해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책을 읽다보니, 어쩌면 이 제목에는 그런 의도도 조금은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니 이런 위트를 가진 저자라면, 분명 그 스스로 이런 제목을 출판사에 제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특별한것은 이 책의 저자가 '서민'교수이고, <서민적글쓰기>라는 제목에는 '서민'교수의 글쓰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모든 것은 나의 추측이다.)

 내가 서민교수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서울 모카페에서의 강연에서였다. 다른 이유로 서울을 방문했다가 우연한 기회에 방문했던 자리였는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는 강연주제에 혹해서 갔던 자리에서 나는 서민교수님의 매력에 홀랑 넘어가버렸다. 교수님의 첫 느낌은 매우 겸손하고 위축되어 계시다는 느낌이었다. 큰 인기를 등에 업고 있는 사람으로는 절대 생각되지 않았기에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도 저분이 오늘이 강연자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반전. 기생충학을 전공하고 계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지만, 나는 대중과학서를 쓰시는 분들 중에 이렇게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있는 분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특별한 내용을 담은 강연은 아니었지만, 정말 1시간 남짓의 그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정도로 정신없이 빠져들었고, 이 책도 그 강연만큼이나 몰입도가 있었다.

 책은 크게 두파트로 나뉘어져서, 앞에서는 교수님이 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떻게 글을 써왔는지에 관한 역사(?)를 소개하고 뒤에서는 서민'적'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단정적인 어조로 당연한 소리를 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자신의 방법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고, 자신도 더 좋은 글들을 보며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는 한발 물러선 듯한 뉘앙스에서 오히려 더 진정성과 설득력이 묻어난다. 전문가, 선생님이 권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위치에서 같이 걸어주는 느낌에 책의 모든 구절이 마음에 와닿는다.

 대중서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분업화된 현대사회에서 살다 보면 자기 분야 이외에는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분야를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면 어느 정도의 이해는 필요하다. 그 분야를 잘 몰라 일반대중이 피해를 볼 수도 있고, 대중의 무지를 틈타 이익을 취하려는 불순한 세력도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대중서로 그 분야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증진된다면, 그 분야에서 겪는 어려움을 타개할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 (88p.)

 책의 한 대목처럼, 그의 글쓰기는 솔직함이며, 간결함, 꾸준함, 비유하기, 돌려까기, 웃기기, 정확함, 비딱함...그리고 지옥훈련이었다. 우리가 삶에서 글쓰기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특히 전문가집단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멋진 글을 쓰는 '정답'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책을 권하지 않는다. 잘 정리된 요약집은 이 책 말고도 충분히 많이 나와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다소 허무맹랑하고 시간낭비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멋진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정말 좋은 글쓰기 멘토를 얻은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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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부검 -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
서종한 지음 / 학고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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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왜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더이상 '자살'을 쉬쉬하며 덮어서는 안된다. 죽음의 앞에 선 당신, 누군가의 안타까운 선택 앞에 괴로워하고 있는 당신. 또 다른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시도가 바로 이 <심리부검>이다. 마음이 아프지만, 때로는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심리부검을 해야만 하는 이유. 심리부검의 필요성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심리부검이나 자살예방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읽어보기에도 좋을 듯 하다.

 자살문제가 심각하고 이제는 그저 무시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하지만, 역시 책을 펼치기까지는 많은 망설임이 필요했다. 일단 내가 죽음이나 피와 같은 단어들에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이었고, 타인의 자살을 접하기에 과연 현재의 내 심리상태가 건강한가 하는 문제도 조금 걱정스러웠다. 역시 처음 몇 페이지는 텅 빈 공간에서 혼자서 읽어내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너무나 오랫동안 무시해왔던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당해버렸기 때문에.

 필자가 실시한 심리부검을 기준으로, 자살자 200명 중 83%는 정신 질환 경험을 했으나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병원 가기를 꺼려했다. (중략)

 여기서 "아직 한국적인 정서상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의 생명이 문화적인 풍토보다 우선순위가 낮다는 말인가? (65p.)​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잔인하다거나 심약자들은 보지 말아야할 책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이성적이고 담담한 문체로 서술된 이 책은 누구라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읽어볼 필요성이 있었다. 우리는 그 불편함을 반드시 느껴야만 한다. '한국적인 정서', 그것은 '자살'이라는 단어를 우리와는 거리가 먼, 썩 불쾌한 단어로 인식하도록 만들어버린다. 그런 생각은 자살자들을 현실에서 유리시키고, 이상한 사람 혹은 비난받을 사람들로 만들어버린다. 과연 자살이란 개인적인 문제인걸까.

​ 자살 사망자는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죽음과 관련된 문제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그들만의 확연한 특성이 자살 현장에서 발견되리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의 현장에 가 볼수록 그 생각은 틀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자살 사망자가 살고 있는 공간은 바로 필자가 살고 있는 공간의 구조와 요소들 면에서 아주 비슷했다. ...점차 나는 그들이 살아왔던 삶의 공간들이 지금 필자가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공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49,50p.)

​ 언젠가 이러한 내용의 연극을 본 적이 있다. 4명의 시신, '그들의 사인은 모두 자살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장으로 시작된 연극은 '그들의 사인은 모두 '타살'이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막을 내렸다. 자살자들의 인생과 그 자살자의 사인을 읽어내는 의사의 인생은 다르지 않았고, 이것은 우리가 곧 자살자 그들이며 또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용의자라는 의미가 된다. 결국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자살'이라는 단어를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자살은 우리와 멀지 않다.

 

 이런 생각에서 <심리부검>은 중요해진다. 심리부검은 죽음의 자의성과 타의성을 구분하고,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에 첫번째 목적을 둔다. 때로 이것은 법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제출되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가에 대한 의문은 떨치기가 힘들다.

 오히려 나는 법적 증거로서의 심리부검보다 '자살 예방'에서의 심리부검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죽음의 원인, 그리고 죽음의 순간까지 자살자가 보인 여러가지 징후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정리해둔다면, 그리고 그런 자료들에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자살들을 조기에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심리부검은 부분적으로는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망자의 자살 원인이 무엇인지 그냥 묻어 두고 이루어지는 심리 치료는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유족들은 내심 자신의 관심과 주의가 부족해서 그들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살의 책임을 병리적인 수준에서 자신들에게서 찾으려 애를 쓰며 집착한다. (중략) 우울과 낮은 자존감, 죄책감으로 이들이 자살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부 실제로 자살로 나아가기도 한다. (239p.)

​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우리가 멋대로 막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죽음에 대한 선택 역시 그들의 존엄성의 문제가 아닌가?'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자살시도에 의한 죽음의 문턱에서 구출된 사람들의 대다수가 '재시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강으로 뛰어는 사람들이 바로 그 순간 자살을 후회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다. 평균적으로 한 명이 자살하면 그 주위 사람 5명이 심한 우울증에 걸린다고 한다. 자살의 원인 중 하나인 '살아있는 자들에게 자신이 짐이 되는 것 같아'는 결국 자살을 택함으로서 남은 자들에게 더 큰 짐이 되어버리고 마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과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고,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선택은 어쩌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가진 모든 관계 속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많은 자살사례들이 실려있고, 그들의 자살 원인은 각기 달랐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자살 원인이 결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이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보이기 위한 자살 방지 대책은 오히려 자살시도자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뿐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도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리적 아픔을 겪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던 누군가가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린적이 있다. 모든 연락수단을 없애버렸고, 지금의 나는 그 친구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언제나 그 친구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내가 좀더 단단히 손을 잡아주었더라면면, 내가 더 자주 말 걸어주었더라면하고. 지금은 그저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났길, 그래서 더 나아졌길 바랄수 밖에...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갖고 지내고 있으며, 우리 개개인은 생각보다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다만 스스로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 끈이 되어주자. 힘든 사회를 살아가는데 희망이 되어주자. 사회를 바꿀 수는 없어도, 조금씩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은 작은 힘으로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작은 시도에 심리부검의 존재는 더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살이라는 단어에 죽음이라는 단어에 더이상 무심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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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글.그림 / 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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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를 통해 쓰여진 책이라는 사실이 신기해서 구입했던 책이었다. 지금은 SNS를 통한 출판이 자주 보이지만, 그래도 역시 단 140자만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트위터를 매체로 하여 동화가 쓰여졌다니 신기하다. 거기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애초에 콘티를 짜고 그려진 것이 아니라 트위터로 여러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살을 붙여가는 방식으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책의 전체적인 내용보다는 이 그림들에 달렸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트윗동화'라는 특별한 장르만큼 책으로 묶여진 내용보다는 그 안에 숨겨진 소통의 과정자체가 참 소중하고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면 책을 읽는 감회가 훨씬 새로웠을텐데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역시 SNS는 너무 어려워서....)

 책의 내용은 소리내어 천천히 읽어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짧고, 내용의 흐름자체도 특별한 갈등이나 반전보다는 동화스러운 잔잔함이 주를 이룬다. 할머니를 놀라게 할까봐 스스로를 숨기고 고양이인 척 연극을 하면서 살아가는 호랑이와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화려한 꿈으로 자신을 치장한 채 호랑이인 척 살아가는 고양이. 그 중에서도 나는 자꾸 고양이에게 눈길이 간다. 아마 현실을 알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서가 아닐까.

 이미 <고양이 낸시>를 접한 경험이 있는지라 내용에 대한 기대도 많이 했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내용적인 면에서는 다소 실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버드폴더'님만은 아니라는 숨겨진 사실로 봤을 때,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높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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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천재 이제석 - 세계를 놀래킨 간판쟁이의 필살 아이디어, 개정판
이제석 지음 / 학고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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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귀찮고, 불쾌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특히나 광고가 진실인 양 위장하고 다양한 매체들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요즘은 조금만 의심스러운 냄새가 나면 그 매체에 대한 신뢰마저도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요즘의 광고들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비밀스러워지고 있다. (근데 아무리 숨겨도 광고는 눈에 보인다는 게 함정.) 

 그런데 이상하게 불쾌하지 않고, 자꾸 눈이가며, 심지어는 스스로 그 광고를 여기저기 퍼트리게 만드는 광고들이 있다. 그것들은 마치 광고가 아니라 하나의 놀이같은 느낌마저도 든다. 특히 그러한 광고들은 외국의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나는 가끔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보기위하여 일부러 광고물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광고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흔히들 '병맛'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광고인 줄 알면서도 호탕하게 웃어넘기거나 '좋아요'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신선하다면서 놀랐던 많은 광고들 중의 상당수가 이 책의 저자인 '이제석'씨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는 사실에, 그리고 그가 그러한 광고의 시초였다(대한민국에서)는 사실에 놀랐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이제석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었다.)

 "사기를 치더라도 좋은 사기를 치고 싶다고 그게 가능할까? 지금 같은 풍토에서?" 라고 되물었다.

 그는 광고판에 소비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없는 것에 실망했다. '일단 팔고 보자'주의로 흐르기 때문에 어떻게든 소비자를 들쑤셔놓는 광고에 염증을 느꼈던 것이다.

(중략)

 회사 사장이든 광고주든 어느 한 사람을 위한 광고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그런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 (176,177p.)

 책의 시작은 우리가 흔히 아는 뻔한 이야기, 한국에서 천대받는 지방대 출신이 해외에 가서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계명대 출신의 인생 역전극 사례가 유독 많은 건 무슨 이유일까?) 그리고 그는 곧 광고판의 현실에 염증을 느낀다. 지긋지긋한 가난속에서 어렵사리 얻어낸 성공이지만, 그에게 그것은 성공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그에게는 '광고로 세상을 바꾸고 말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지위를 버리고 다시 한국으로, 다시 찟어지게 가난한 생활로 돌아온다.

​ 영업력이 생명인 이 바닥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단 한번도 따로 영업 사원을 뽑아 본 적이 없다. 우리에게 최고의 영업사원은 바로 '작품'이다. 좋은 작품을 꾸준히 열심히 만들면 그 작품을 보고 계속해서 새로운 일감이 들어온다.  (190p.)

​ 외국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고 귀국한 사람이니 한국에서의 생활은 시작부터 탄탄대로였을까? 물론 많은 대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는 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으로 자신의 가게를 창업한 그에게는 비참한 현실만이 있을 뿐이었다. 당장 직원을 뽑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대기업들의 횡포에 피해를 본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해냈고, 우리는 상당히 자주 그의 작품을 우리의 주변에서 마주하고 있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그의 바람처럼 세상은 조금씩 하지만 눈에 띄게 변해가고 있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다. 그의 이러한 성공사례를 듣고도, 선뜻 나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하지만 그는 정말 꿈을 꾸는 사람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저런 꿈을 꾸어야 한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세상에 흐르는 데로 따라가면, 정말 세상은 바꿀 수 없는 것이 되버리고 만다. 뭐 그리 큰 일인가. 그는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데로 냉큼 저질러버린 것 뿐이다. (자율에 대한 책임은 당연한것이고.)

 사실 나는 광고의 효용성이라거나, 광고가 사람의 마음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겠다. 자주 노출이 될 수록 사람들이 그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딱히 그랫었나 싶기도 하고. 이 책에 수많은 광고들이 실려있지만, 나는 그의 빛나는 아이디어에 감탄했을 뿐, 그것들에 설득이 되어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한번 더 둘러보고 정의에 불타오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냉소의 시선으로 그것들을 보았다는게 더 맞는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사례들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고, 설득이 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각자 다르고, 그러니 같은 현상에 대하여 느끼는 바도 다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광고를 소통의 수단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아마 우리 모두는 각자만의 다른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뒤집어 보라!" 한사람의 마음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

​ 광고인 최초로 노벨상 후보에도 한번 올라보고 싶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전 인류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이롭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나는 권력가도 창조자도 아니다.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메시지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대중에게 잘 들릴 수 있도록 통역하는 통역자일 뿐이다. 소통의 중심에 서서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나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 (3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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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 제대로 하려다 시작조차 못하는 당신을 위한 기적의 행동 법칙
스티븐 기즈 지음, 조성숙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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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을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는가? 완벽주의라는 단어는 왠지 그럴듯하고 멋진 단어처럼 들리곤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완벽주의자임을 자랑스레 이야기하고, 또는 완벽주의자들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진실로 '완벽함'을 느끼는 사람이 존재할까? 당신은 완벽주의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완벽한 분위기 속에서 완벽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행동을 시작하는 순간 완벽하지 않은 현실이 강하게 난타한다. (261p.)

 미적거림의 원인은 게으름이 아디나. 완벽주의 마인드에서 비롯되는 두려움과 지나치게 복잡한 목표의 결합, 그것이 미적거림의 원인이다. (237p.)

 이 책에서는 완벽주의를 새롭게 정의한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완벽주의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속한다. 그 단어는 우리의 삶에서 그렇게 멀리 있지 않으며, 우리의 대부분은 완벽주의에 묶여 자기합리화속에 의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만연필이 고장나 중단된 글쓰기, 주변이 너무 소란스러워서 시작되지 못한 독서와 체육복을 아직 구입하지 못해서 미뤄지고만 있는 운동. 이 모든 것에는 당신이 사실은 '완벽주의자'라는 원인이 붙는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스스로를 무능력하게 느낀다거나, 남의 눈치를 본다거나 하는 이유 등으로 어떠한 일의 시작을 망설이고, 한없이 나태해지는 원인이 바로 이 완벽주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애초에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며, 어디에도 완벽한 상황이라는 것은 없다. 완벽한 상황을 꿈꾸는 사람들은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핑계를 대거나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하루하루 좌절속에 빠져들뿐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을 맛보기 위해서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으며, 그는 '비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비완벽주의는 게으름도, 낮은 기준도, 실패에 안주하는 것도, 탁월한 성취와 개선에 무관심한 것도 아니다. (중략).. 비완벽주의는 잘하기보다는 일단 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좋은 결과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81p.)

 많은 이야기들과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비완벽주의자'가 되는 방법의 핵심은 '일단 행동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부족한 정보, 완벽하지 못한 상황, 타인의 시선을 고려한 신중함은, 사실은 그저 실수할까 두렵고, 사실은 자신이 그것을 잘 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두려워 피하는 태만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주 이러한 핑계를 댄다. '내가 아직 준비가 안되서, 시작을 못해서 이런 것 뿐이지, 일단 마음먹고 시작하면 누구보다도 멋진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라고. 하지만 그것은 진실인가? 그래서 당신은 시작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 그래서 그 일은 언제 시작될 예정이지?

 

 나 역시도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괴로움을 느낀다. 조금만 마음을 비우면, 완벽한 시작을 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일단 시작을 하면,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상황에 부딧혀가며 점점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해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것을 매일 곱씹으면서도 현실은 '준비중'이라는 핑계 아래 자꾸자꾸 미루고만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만나기전 나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회피'와 '무신경'의 방법을 사용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디지털기법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는 좋은 방법이었지만, 일에 들이는 정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사실 일을 안하니만 못한 꼴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 책에 반가움을 느꼈고, 곱씹으면서 읽을 필요성을 느꼈다.

 

 의미없는 위로나 조언따위로 채워진 책이었다면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류의 책이라면, 목차만 보고서도 안의 내용을 알기에 충분했을 것이고, 일분 일초가 아까운 지금의 시간을 그런 책에 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엇 조금 어렵다'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알찬 내용들로 채워져있고, 무엇보다 저자가 많은 공부와 나름의 연구를 통해서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 내용들에 대한 신뢰도 들었다. 심리적인 내용이라 조금 추상적인 개념들때문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아직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공부를 한다는 기분으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일단 시작하는 일'에 좀 더 자신감을 갖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머뭇거리다가 마주한 내가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은 이미 뻐져리게 느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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