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오다 마사쿠니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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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인 후카이가에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그것은 책들의 자리를 함부로 바꾸지 말 것. 책들에도 암수가 있어서, 책들의 자리를 함부로 바꾸었다가는 새로운 책들이 탄생하고 만다는 것이다. 처음에 책 소개를 들었을 때 나는 '학문의 경계를 넘은 지식의 융합'정도를 생각했다. 과연 책들이란 실제에서도 교접을 하고 새로운 지식들을 만들어내곤 하니깐. 하지만 역시나 이런 지루한 명제를 가지고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450페이지에 걸쳐서 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책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단순한 명제를 넘어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고 있었다.

 

 속세는 물론 현세마저도 벗어나 지에 대한 집념으로 사후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이니, 이 도서관에 딱 맞는 비유 아닐가. 어쨌거나 영원히 배움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예지의 낙원처럼 보이지만, 한펴으로는 역시 지옥이 아닐까. 꿈 속에서 히데노리가 예언했던 것처럼, 이곳은 지식에 굶주린 영혼이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가지고 떨어져 아직도 모르겠다, 아직 부족하다고 미래영겁 고통에 몸부림치는 불가능의 지옥이다. -337p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책이 가득한 서재는 환상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책에는 이 세상이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하는 무수히 넓은 세상이 펼쳐져있고, 그 지식들 속에서 향유하는 일은 스스로 영혼을 고양한다는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지식에 대한 갈망, 사랑. 이 책은 바로 그런 이들이 주인공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만, 서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다. 그렇다면 이목을 피해 밀회를 거듭하고, 때로는 서책의 몸으로 페이지를 섞어서 방사에도 힘써, 심지어 대를 이을 자식도 낳는 것이 당연한 이치, 터럭만큼도 기억에 없는 책이 시침 뚝 때고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어라'싶어 고개를 갸웃하는 일은 간혹 가다 있으나, 꼭 깜박깜박하는 머리가 그 책을 산 기억을 고스란히 상실한 탓이라 할 수는 없으며 실제로는 그 같은 성인의 사정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5p

 어떠한 깨달음의 내용들이 끊이지 않고 몰아치고 있으나, 내가 이 글에 옮겨쓸 수 있는 문장은 몇 되지 않을 듯 싶다. 이 글을 옮긴이도 그렇게 후기를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남의 입으로 듣는 후기보다 먼저 책을 직접 읽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내가 여기서 어줍잖게 몇 마디 옮기는 행위가 내가 느낀 감동의 일부조차 전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오히려 그 감동을 감소시키고 말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익숙치 않은 일본식 이름과 어디가 내용이고 어디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정신없는 글임에도 불구, 이 책의 흐름은 이다지도 깔끔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매끄럽게 읽혀진다. 자신의 조부인 요지로의 이야기를 자신의 아들인 게이타로에게 전해주는 방식으로 쓰여진 이 책은, 환서에 대해 소개할 듯 시작하여 후카이家, 아니 세상에 숨겨진 어떠한 비밀을 폭로하듯이 결말을 맺는다.

 쓴 사람은 없는데 분명히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환서. 그 환서는 기이한 탄생과정만큼이나 기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때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이야기, 때로는 장난스러운 거짓말을 담기도 하지만, 숨겨진 과거를 폭로하거나 미래를 예언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 환서이다. 그리고 이 금기와 같은 환서를 접한 자들은 때때로 세상의 역사를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담은 환서를 우연히 손에 넣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을 읽을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에 가만히 책을 하늘로 날려보내줄 것인가. 미래를 알고 그 미래의 가능성을 내 멋대로 바꾸어볼수 있다는 것은 조금 두렵기까지한 일인듯 싶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을, 내 책장속에 자리하고 있는 책들을 평범히 볼 수 없었다. 무엇인가 알수없는 신비로운 기운이 책을 감싸고 도는 듯한 기분이 들어, 책을 덮고 초서를 위한 노트까지 꼭꼭 잘 덮지 않고는 쉬이 잠들지 못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마치 아침에 눈을 뜨면, 책꽂이에 꽂아두지도 않은 이 책이 혼자의 몸으로 잉태하여 기억에도 없는 책이 천장을 파닥거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고 내가 앞으로 환서에 담긴 비밀들을 엿보게 될 확률도 전혀 없겠지만, 이 책에서 담으려고 했을 (아마도), 책이라는 존재의 놀라운 능력이 새삼 새로이 느껴지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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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짓 -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앙덕리 강 작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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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남자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책이 묵직한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책 표지의 밝은 느낌과는 조금 이질적으로, 고요히 한 자 한 자 글자를 채워하는 그런 노신사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다가 '야구 글러브 아가씨'에서 흠칫 놀랐다.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책은 목소리를 잃고 갈팡질팡했다. 그러다가 다시 제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읽어주기 시작했을 때 즈음, 나는 이 글들의 매력에 흠뻑 젖어있었다.

 

 또렷해진다. 또렷한 정신으로 지도를 펼쳐든다. 지도는 명확한데 현재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현재에 머문다. 삶도 그랬다. 불안과 두려움은 엄마 배 속을 박차고 나온때부터 내 삶에 달라붙어 있었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불안과 두려움이 전부가 된다.

 나만의 불안이 아니다. 누구나의 공포다. 길을 잃은 것은 너의 잘못도 아니고 나의 실수도 아니다. 그저 우리의 길은 그런 것이다. 마치 안개를 만난 것 처럼. -184p

 우리는 늘 듣는다. '딴짓하지마!' 그래서 그런지 딴짓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잔뜩 묻어 있다. 집중하지 못하고, 빗겨나가고, 엉망진창이 된다. 아니 그렇게 되어버릴 것만 같은 단어다. 소설책을 읽는 일 조차도 '딴짓'이 되어버리는 갑갑한 세상. 하지만 정작 우리는 딴짓을 하기위해서 살고 있는 건 아니었던가.

 

 목적지가 생기니 주변 경관을 둘러볼 여유가 사라진다. 목표를 두고 살아온 육지 것의 현실이다. -237p

 '딴짓'이라는 단어를 설명할 수 있는 딴짓은 엄청나게 많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일상속 행동들 속에서 딴짓을 정의하고, 자신을 성장시킨 딴짓인 '여행'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렇다, 저렇다 우리가 마음대로 재단하고, 가정하고 살아가는 일들 중에서 우리의 허를 찌르는 반전을 담은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순간적인 창피함, 순간적인 감정들을 무시하지 않고 깊이 새기면 그것은 또 하나의 딴짓이 된다.

 야구 관람도, 낚시 하기도, 자전거 타기도, 등산하기도.. 하지 않을때는 몰랐던 즐거움을 그녀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이 닿는대로 여행하기, 그 곳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가기,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기. 그녀의 여행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빙그레 웃음짓게 된다.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그녀의 삶 속에서 '홀로있음'이라는 단어는 아름답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녀의 삶이 부럽다.

 제주에서 터를 잡기 위해 오랜기간 그곳을 찾았지만, 그녀는 어떤 충동적인 기분에 휩싸여 '경기도 양평 앙덕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제주도를 향해 불태웠던 열망의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곳이라도 상관없는 사람으로 변한 나를 만났다.'고 했다. 그것은 어쩌면 정말 '운명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늦은 나이에야 알게 된 '딴짓'에서 아마 그녀는 앞으로도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지구상에서 스스로를 알아가고, 그렇게 살아가야하는 존재이기에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도 역시.

 

 잠시 익숙한 공간과 시간에서 사라질 수 있는 여행, 바로 딴짓. 딴짓은 나를 알게 한다. 딴짓은 내가 원하는 것을 찾게 한다. 딴 짓은 나를 채우고 나를 만든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 있는 이들에게 딴짓은 달콤한 휴식이며,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에게 딴짓은 꿈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319p/ 에필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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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성장하며 -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
매튜 맥케이.랠프 메츠너.세안 오라이어 지음, 곽성혜 옮김, 이나미 해제 및 추천 / 유노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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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행성에 줄곧 살아왔으니, 당신은 한 가지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이곳에서의 삶이 만만치 않다는 것, 결정적으로 삶은 당신이 바라던 모습과는 영 딴판으로 돌아간다. -27p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하나같이 바쁘다. 마음을 비우고 멍하니 앉아, 세상위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지곤 한다. <당신의 시간>이라는 책에 나오는 저승사자격(?)의 메피의 시선에서보자면 우리는 모두 '시간낭비'를 하기위해서 이다지도 바쁘게 지내고 있는 것일테니까. 지구상에 유일하게 의식이 있는 존재라고 자만심에 차서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삶의 어디가 의식있는 삶의 모습인걸까. 살기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뭔가 풀리지 않는 문제 하나가 목을 졸라온다.

 종교가 있거나,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상당히 거부감을 줄만한 요소들을 갖고 있다. 작전상 배치인것인지, 그러한 요소들을 모두 책의 말미에 부록처럼 붙여두었지만 책 전체의 내용의 중심 축인 '영혼의 성장을 위한 지구별 여행'은 이미 시작부터 저자의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하다. 내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 우리의 삶을 의미있고 활력있게 해주는데에 더없이 좋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조금만 덜 예민하게 군다면, 세계관이나 종교관의 대립없이 '현실적인' 우리 삶의 풍요를 위한 유능한 정보들을 잔뜩 얻을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이 끊임없이 윤회를 하는 것이든, 아니면 이번 생 반짝 살고 사라지는 영혼이든 스스로가 기억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의미있게 살아갈수 있다면 그걸로 좋은 것 아닌가.

 

 삶의 행복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기를 바라는가'의 깊은 진리위에 세워진다. -35p

 우리에게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고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어떤 책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이미 닳도록 들은 이야기를 또 들으면서, 결국은 남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현실을 탓하고, 우리를 찾아오는 온갖 종류의 고통들에 괴로워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특하다. 내면의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하나하나 소개해주고 있다. 장마다 소개되는 한두가지의 연습들을 진지하게 임하다보면, 내가 알지 못했던 나에 대해서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내가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가졌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또는 얼마나 스스로의 삶에 무관심했는지. 단순한 철학적 질문이 아닌, 구체적인 과제물로 상당히 날카롭게 나 자신과 마주보게 해준다.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훌훌 넘겨서는 안된다. 노트 한 권, 또는 한 묶음의 종이를 펼쳐놓고 오랜시간을 투자해서 천천히 읽어나가야한다. 부끄러울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의 가치관들과 나쁜 습성들을 종이에 한가득 늘어놓고 나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이 슬그머니 떠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이것은 단순히 직업적인 문제가 아니다.) 

 

 날마다 떠오르는 대답이 다를 수 있음을 명심하라. 이는 하루하루가 고유한 선택의 순간들로 채워진 다른 날들이기 때문이다. -1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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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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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모두는 정신질환환자이다. 세상에는 무수한 비정상인들이 있고, 정신과에 가기를 두려워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많은 사람들은 그 '비정상적인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는게 내 생각이다. 오해말길.) 몇일전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학생은 mutant(돌연변이체)인가요?' 상대 학생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교수님께서도 끄덕끄덕 수긍하고 넘어가셨지만,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mutant는 우리가 알지못하는 아주 사소한 유전적변이로도 정의될 수 있을텐데,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중 누가 저 질문에 확답을 할 수 있는거지?

 '정상'이라고 하는 것의 기준은 어디있으며, 그것은 누가 정할 수 있는 걸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서 유당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증상을 갖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유당불내증'이 비정상이며, 치료되고 극복되어야 할 병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유당불내증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 중의 하나이며,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도 유당을 소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변이(?)라고 한다. (여기서 또 누군가는 그럼 유당을 소화하는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더 진화한거 아니냐고 이야기 하겠지만, 현실의 진화라는 것은 포켓몬이나 디지몬이 아니다. 우월해지는 것이 아니라, 변해하는 세상에 적응해간것이지...;)

 

 살결에 와닿는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만, 세상에 알려진 수많은 정신질환들도 결국은 이 선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상, 비정상으로 나누기에 더욱 애매모호한 %개념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10% 내향적인 사람, 65% 정신적 과잉 활동인... 이런식으로. 그리고 아마도 자연의 일부인 이 현상들은, 종모양의 정규분포를 하며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중간의 사람들이 보기에 소수의 양극단의 사람들은 '비정상'으로 보이는 것 뿐이다.

 

 나는 남들과 너무 달라서 나도 세상을 이해 못하지만 세상도 나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이 감정은 참으로 서글프다. -126p 

 누구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정규분포의 중앙에 위치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만큼 폭풍같은 생각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한껏 예민하고, 한껏 세상을 의심하며, 한껏 많은 상처들을 안고 살아간다.

 

 이렇게 자신의 모든 사고 체계와 신념에 대해 수시로 생각하는 사람은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세계, 다시 말해 몹시 불안한 세계를 살아간다. -83p

 이 책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을 대상으로 쓰여졌다. 하지만, 모두가 비정상인 이 세상에서 모든 사람은 이 책의 적어도 어느 한 구절에서라도 공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반대 극단의 사람이거나, 내가 병원에 가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겠다.) 심리테스트의 결과가 '정말 나같아, 소름돋는다!'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구나 그럴 것 같은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실험결과가 있다. 그만큼 우리는 다양한 성격 스펙트럼을 갖고 살아간다.

 사실 나는 책의 첫머리에서 '나는 이 범주의 사람은 아니구나'라고 안심하고 책을 넘기다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어졌다. (약 4~50%의 증상들이 나와 맥을 같이 하고 있었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던 그것을 이해받는 느낌, 안심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100% 공감을 하지는 못하지만, 눈물이 날것 같은 감정. 심리상담이 조심스러운 이 나라에서 자신을 억압시킨 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느낄 감정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나는 정말 진짜로 병원에 가봐야겠다;)

 

 진정한 자아는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과 욕망이 정말로 자기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다시 건강해진다. 지금의 잠재적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금지되고 억압된 감정이 다시 자연스러운 것이 될 수 있도록 풀어주어야만 한다. 인간은 자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내면의 힘과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을 끌어낸다.

... 여러분은 완벽하지 않은 그 상태 그대로 온전하다. 자기 자신이 되는 데 만족하라. 그러면 자기 정체성의 공백은 그득하게 채워지고도 남을 것이다. -138,139p 

 어떠한 심리의 극단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적들은, 과학책들만큼이나 독자층이 좁다. 자신이 정신적으로 어떠한 극단에 있는 것 같다고, 남들과는 다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결국은 평소에도 그런 심리에 공감하고, 이 책에서도 공감할 아픈 사람들만이 이런 책들을 찾는다. 그런 것이 나는 조금 아쉽다. 아픈 사람들은 충분히 아프고, 충분히 자신을 알고 있고, 충분히 '정상'에 섞여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알고, 그들의 다름을 인정해줄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서로서로를 '인정(이해가 아니다)'하려고 조금씩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나는 오히려 이런 책들이 넓게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조금씩은 공감하고, 조금은 인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두 그게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어느 날 그것도 모르는 바보가 나타났고, 그 바보는 결국 해냈다." (마르셀 파뇰)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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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있게 말하세요, 지금 외롭다고!
류옌 지음, 홍민경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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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요즘 외로워.' 이미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용기있게(?) 하고 있는 말이다. 아니, 나한테 뭐라 그러지말고 나가서 소개팅이라도 하던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외롭다고'는 그 외로움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사실, 책 제목이 내용을 죽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그 반대인듯 하다. 누군가와 어울려서 일시적으로 얻는 해소가 아닌, 조용히 자신과 마주보고 그 근본에 다가가는 '고독'.

 우리는 모두 바쁘게 살고 있다. 아니 사실 슬로푸드니 슬로운동이지 하지만, 바쁘게 살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천천히 살아라, 주변을 보고 살아라, 너의 자아를 찾아라, 라고 말로는 하지만 그건 인생에 여유를 부릴수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이야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를 비우는 방법조차 잘 알지못해서 술을 마시고, 컬러링북따위를 채우며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독을 친구삼아야 진정한 성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진실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삶이 늘상 엉망진창인것 같고,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살고 있지하는 우울함이 찾아오는 것은, 우리가 고독에 익숙해지는 법을, 고독과 마주하는 법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빠름에 익숙한 우리는 힘이 들때 나를 돌아보는 여유로운 방법보다는, 자기계발서를 보며 순간의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결국은 금새 방전되어버릴 일회적 위안이지만, 마땅히 방법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삶의 본질은 원래 고독한 것이다. 가족의 사랑이나 친구와의 우정이 고독한 인간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 남녀의 사랑도 잠시 고독을 떨칠 수는 잇으나 고독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고독을 떨치려는 몸짓일 뿐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어보기도 하고, 과장된 몸짓을 보이며 고독과 무관한척 하지만 그럴수록 고독은 더욱 맹위를 떨친다. 

 고독을 피하려 들지 마라. 고독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고독할 때 우리는 자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사물의 아름다움과 세상의 진리를 찾을 수 있다. -90,91p

 요즘의 우리는 심지어 누군과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그냥 연기하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정말 친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말한다. 자신을 사색하는 방법을 모르니,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게 당연하다. 몸서리치는 외로움과 고독으로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해본 사람들은, 자신의 대화를 적절하게 유도하여 진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그것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삶의 지혜와 통찰은 글과 말로는 온전히 전할 수가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갑갑한 일이 생기면, 우선 모든 외부의 것들을 차단하고 혼자서 생각에 빠진다. 때로는 글을 쓰기도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아니면 가만히 내 헛소리를 들어줄수 있는 친구를 찾아가 계속해서 같은 말들을 되풀이한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순간, 벽에 탁 부딧힌 순간, 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만,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렇게 긴 사색의 끝에 무엇이가 반짝 빛나는 경험을 한번이라도 해보면 알 수 있다. 고독을 통한 성장이 어떤 것인지.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차라리 명상서가 유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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