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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ㅣ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모두는 정신질환환자이다. 세상에는 무수한 비정상인들이 있고, 정신과에 가기를 두려워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많은 사람들은 그 '비정상적인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는게 내 생각이다. 오해말길.) 몇일전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학생은 mutant(돌연변이체)인가요?' 상대 학생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교수님께서도 끄덕끄덕 수긍하고
넘어가셨지만,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mutant는 우리가 알지못하는 아주 사소한 유전적변이로도 정의될 수 있을텐데,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중 누가 저 질문에 확답을 할 수 있는거지?
'정상'이라고 하는 것의 기준은 어디있으며, 그것은 누가 정할 수 있는 걸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서 유당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증상을 갖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유당불내증'이 비정상이며, 치료되고
극복되어야 할 병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유당불내증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 중의 하나이며,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도 유당을 소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변이(?)라고 한다. (여기서 또 누군가는 그럼 유당을 소화하는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더 진화한거 아니냐고
이야기 하겠지만, 현실의 진화라는 것은 포켓몬이나 디지몬이 아니다. 우월해지는 것이 아니라, 변해하는 세상에 적응해간것이지...;)
살결에 와닿는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만, 세상에 알려진 수많은 정신질환들도 결국은
이 선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상, 비정상으로 나누기에 더욱 애매모호한 %개념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10% 내향적인 사람, 65%
정신적 과잉 활동인... 이런식으로. 그리고 아마도 자연의 일부인 이 현상들은, 종모양의 정규분포를 하며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중간의 사람들이 보기에 소수의 양극단의 사람들은 '비정상'으로 보이는 것 뿐이다.
나는
남들과 너무 달라서 나도 세상을 이해 못하지만 세상도 나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이 감정은 참으로 서글프다.
-126p
누구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정규분포의 중앙에 위치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만큼 폭풍같은 생각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한껏 예민하고, 한껏 세상을 의심하며,
한껏 많은 상처들을 안고 살아간다.
이렇게
자신의 모든 사고 체계와 신념에 대해 수시로 생각하는 사람은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세계, 다시 말해 몹시 불안한 세계를 살아간다.
-83p
이 책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을 대상으로 쓰여졌다. 하지만, 모두가 비정상인 이 세상에서 모든
사람은 이 책의 적어도 어느 한 구절에서라도 공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반대 극단의 사람이거나, 내가 병원에 가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겠다.) 심리테스트의 결과가 '정말 나같아, 소름돋는다!'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구나 그럴 것 같은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실험결과가 있다. 그만큼 우리는 다양한 성격 스펙트럼을 갖고 살아간다.
사실 나는 책의 첫머리에서 '나는 이 범주의 사람은 아니구나'라고 안심하고 책을 넘기다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어졌다. (약 4~50%의 증상들이 나와 맥을 같이 하고 있었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던 그것을 이해받는 느낌,
안심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100% 공감을 하지는 못하지만, 눈물이 날것 같은 감정. 심리상담이 조심스러운 이 나라에서 자신을 억압시킨 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느낄 감정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나는 정말 진짜로 병원에 가봐야겠다;)
진정한 자아는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과 욕망이 정말로 자기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다시 건강해진다. 지금의 잠재적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금지되고 억압된 감정이 다시 자연스러운 것이 될 수 있도록 풀어주어야만 한다. 인간은 자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내면의 힘과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을 끌어낸다.
... 여러분은 완벽하지 않은 그 상태 그대로 온전하다. 자기 자신이 되는 데 만족하라. 그러면 자기
정체성의 공백은 그득하게 채워지고도 남을 것이다. -138,139p
어떠한 심리의 극단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적들은, 과학책들만큼이나 독자층이 좁다. 자신이
정신적으로 어떠한 극단에 있는 것 같다고, 남들과는 다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결국은 평소에도 그런 심리에 공감하고, 이
책에서도 공감할 아픈 사람들만이 이런 책들을 찾는다. 그런 것이 나는 조금 아쉽다. 아픈 사람들은 충분히 아프고, 충분히 자신을 알고 있고,
충분히 '정상'에 섞여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알고, 그들의
다름을 인정해줄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서로서로를 '인정(이해가 아니다)'하려고 조금씩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나는 오히려 이런 책들이 넓게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조금씩은 공감하고, 조금은 인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두 그게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어느 날 그것도 모르는 바보가 나타났고, 그
바보는 결국 해냈다." (마르셀 파뇰)
-25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