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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와 생각 정리를 위한 다빈치 노트 세트 - 전2권 - 무선 본책 + 양장 노트 ㅣ 다빈치 노트
최지은 지음, 김명철 기획.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2월
평점 :
이 두가지 요소를 고려한 끝에 나는
<다빈치 노트>의 기획 콘셉트를 정했다. <다빈치 노트>는 문구가 아니라 책이 되어야 한다. 이 노트의 필요성과 기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책(설명서)과 함께 묶어 론칭함으로써 문구류가 아닌 도서로 포지셔닝하는 쪽이 새로운 문구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보다 나으며,
...(하략)....(125p.)
나는 과연 이것을 서평이라고
해야할까. 제품사용설명서를 책이라고 말하고, 그것을 읽고 서평을 쓰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긴 글을 읽기를 싫어하는 많은 분들을 위해 미리
요약을 해드리자면, 이것은 책이라고 할 수 없다. 위에 소개한 문장은 이 책의 내용 중 한 부분이며, 이 책은 '다빈치 노트'라는 문구류의
'사용설명서'에 불과하다.
이 책은 200페이지 가량의 본책과
비슷한 두께의 노트 한 권으로 이루어져있다. 노트의 구성은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고, 본책은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사용설명서'와 다름이
없다. 책(?)의 시작은 꽤 그럴 듯 하게 시작한다. 다빈치, 뉴턴, 아인슈타인이 노트를 사용했으며, 어떠한 노트법을 가지고 있었는지, 노트를
쓰는 것이 창조적인 활동에 얼마나 유익한지 등의 내용을 서술한다. 그래서 '잠깐'은 이 책의 내용을 착각하고 말았다.
나는 '활자중독' 내지
'편집증'환자처럼 글자들에 목매고, 수 권의 노트를 동시에 사용한다. (현재, 일기장만도 3권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나만의
노트법이라고 할만한 명쾌한 노트법을 발견해내지 못했는데, 어쩌면 저자는 나와 같은 '스스로의 노트에서 뭔가 조금씩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 해결책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늘 노트를 하다보면 여백이나 한 눈에 보이는 구성이 고민되게 마련이다.)
노트필기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것들, 한번쯤 시도해보았지만 만족스러운 노트를 얻지 못했을 그런 방법들을 하나의 노트법으로 통일시켜놓았다. 그런점에서
<다빈치 노트>의 노트법은 가치를 가지며, 충분히 활용될만 한 콘텐츠이다.
창조자의 연장통 안에는 무슨
거창하고 대단한 비법 같은 건 담겨 있지 않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작 과정을 공개하고 기술과 원리를 밝히는 데 별 거리낌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그들의 연장통에는 오랜 시간 장기 기억에 축적해온 자신의 경험과 감정과 지혜를 통찰로 연결하는 자신만의 스위치가 들어 있을
따름인 것이다. 누가 몰래 그들의 스위치를 훔쳐다가 아무리 눌러댄다 해도 애초에 입력되어 있는 정보가 다르니 똑같은 창작물을 생산해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111p.)
하지만 나는 이것에서 책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저자라는 명함을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계발서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낸 저자들 중에 유독 자기계발서 저자가 많이 보인다. 왜냐면 일반적으로
자기계발서의 내용들을 너무나 뻔한 것들이며, 평소에 조금만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그럴듯한 언어로 옮겨적음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홀릴만한 글을 얼마든지 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비저자와 다른 점이라면, 그런 생각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옮길 수 있는 능력과,
기획력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인기있는 자기계발서들의 핵심은 결국
'강한 믿음'이다. 스스로를 그리고 자신의 이론을 얼마나 신격화시킬 수 있느냐.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느냐. 그것에 따라서 책이 팔리거나
팔리지 않는 것이 결정되는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구구절절 기나긴
제품설명서를 선택한 저자의 기획력은 돋보인다. 하지만 이것을 책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것은 역시 저자의 실수가 아니었을까. "책"이라는 것의
영역은, 그 나름대로의 사람들의 기대치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제품설명서'는 아무리 자세하고 두툼하게 구성이 되어 있어도, 책으로서 읽혀지지
않는다. 만약 이것이 '문구'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면, 이 상품의 구성은 독특하고 친절해진다. 하지만 '책'이라는 테마안에서 이 상품을
본다면, 부실한 내용과 실망스러운 사은품에 지나지 않게 된다.
저자의 오랜기간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이 상품에 담겨있는 훌륭한 콘텐츠의 노트법이 조금 빗나간 포장지에 가려져 사라져버릴까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차라리 조금더 풍성한
정보를 담은 한 권의 책과 얇은 사은품 수준의 샘플노트를 '책'이라는 구성으로 소개하고 <다빈치 노트>자체는 '문구류'로 동시 판매를
시작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는 개인적인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