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당신의 추천 영화는?

오늘 우연히 케이블을 통해 오랜만에 '러브 레터'를 처음부터 만나보게 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 추억어린 에피소드 하나쯤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러브레터가 끼친 영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는 이미 한국에 수입되기 이전부터 불법 비디오(?)를 통해 이미 그 명성이 자자했던 영화였고 드디어 정식 개봉되어 상영되었을 때에는 주제곡을 비롯하여 방송가에 한동안 다양한 패러디를 조성할 정도로 그 인기가 상당했을 정도니 영화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조차도 이 영화는 한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사실, 이 영화는 본국인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그 인기와 영향력이 상당하였는데 '아련한 첫 사랑' 이라는 주제 때문인지 아니면 영화 내내 끊임없이 보여지는 아름답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한 그 새하얀 눈에 대한 영상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별로 글재주 없는 내가 이 마니아적이고 골수팬들이 드글드글한 영화에 대해 그럴듯한 리뷰를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그럴만한 능력도 없고.
다만, 오늘 다시한번 본 영화를 통해 느끼는 것은 '이름'이 가지는 위력에 대한 느낌을 적어보고자 한다.


김춘수님의 유명하고도 유명한 '꽃'이라는 시가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중략)'
오랜만에 러브레터를 다시 만나면서 '이름'이 가진 위력이 새삼스레 느껴져 놀라웠다.
예전에는, 영화내내 남녀 두 주인공을 연결시켜 주던 동명'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은 단순한 영화상의 연결도구(몸짓)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주인공의 이름은 '꽃'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영화의 지막 부분에 다다를 무렵이었나....
할아버지와 함께있던 이츠키는 건네듯 동급생이었던 또다른 이츠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그냥.... 같은 이름을 가졌던 한 친구가 있었다고...
그때 할아버지가 한 얘기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츠키'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나무에 대해.
그 순간 이츠키는 너른 정원을 띄어다니며 자신의 이름을 가진 '이츠키'라는 나무를 찾기 시작한다. 늘 거기 있었던 나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름'을 가진 순간 그 나무는 그냥 그렇게 한 귀퉁이에 서 있던 나무가 아닌 특별한 나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영화 내내.....
도서 대여표에 적혀 있었던 '후지이 이츠키'는 과연 그의 이름이었을까, 아님 그가 바라보던 그녀 '후지이 이츠키'일까 궁금했다.
그는 도대체 누구의 이름을 적고 있었던 것일까....

러브레터는..... 보고난 후 끝마침의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만 더 늘어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