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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장하준 교수의 신작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그간 언론, 정책 등을 통해 통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통념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도 있고, 보완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을 지적하고 있는 것들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 개방과 자유시장, 금융과 서비스 중심경제에 대해서는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23가지 토픽에 따라서 적절한 사례와 논점을 제시하고 있어서 읽기에 편하고, 핵심포인트 위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파악하기도 편하다. 다만 적은 분량으로 편하게 읽히도록 하다보니, 일부 복잡한 주제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라기 보다는 그가 갖고 있는 시각들을 소개하고 있는 정도로 하고, 관심있는 주제들은 별도 자료들을 참고해야 할 것 같다.
<주요 주장들 >
1. 자유시장은 근저에 있는 규제를 우리가 이미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규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뿐 객관적인 실재는 아니다. 시장의 경계가 불명확한데 경제학이 과학이 되기는 어렵다.
자유시장 경제학라고 엄밀한 논리적 근거에 따른 것은 아니며 다른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의사표시의 하나일 뿐이다.
2. 주주는 위기에서 가장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이해관계자다. 노동자나 협력업체 등이 기업의 장기적 생존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 부동주주의 이익에 봉사하는 주주자본주의는 비효율적이고, 불공평하다.
3. 개인의 임금은 개인의 생산성 보다는 그 나라의 시스템에 더 많이 의존한다.
4. 인플레이션이 경제안정의 유일한 타겟이 되면서, 인플레는 낮아졌지만, 그로 인한 자본과 고용불안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경제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더구나 Barro 등의 연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일정 수준(10%미만)의 인플레는 성장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정의 관계에 있을 수 있어 안정의 지표로 물가만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9. 아웃소싱 효과와 재분류 효과 등 떄문에 제조업의 규모가 적게 잡히고, 빠른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탈산업화의 환상이 생기지만, 여전히 제조업이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서비스업은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고, 교역이 어려워 경제의 원동력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12. 정부도 유망산업을 선정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확률도 높다. 기업만이 그럴 능력이 있으면 실패한 프로젝트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승률을 높이는 방법이며, 민관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이 관건이다.
16. 합리적 개인의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실패가 시장불개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복잡한 환경에서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인간의 의사결정이 실패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칙(관습, routine)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규제는 피규제자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 피규제자의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17. 지식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정확하지 않다. 지금까지 모든 경제는 차별화된 지식이 바탕이 된 것이다. 기초든 고등이든 교육과 생산성의 관계는 높지 않다. 스위스의 대학진학률은 한국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등교육은 스크리닝/시그널 기능이 우선되고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 기여를 할 부분은 많지 않다. 또한 기술적으로 발달한 경제일수록 높은 교육을 받은 인력은 덜 필요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생산성 높은 산업활동에 개인들을 조직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사회 전체의 능력 향상, 즉 제도적, 문화적 장치 마련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18. 오늘의 GM에 좋은 것이 내일의 GM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개별기업은 규제를 부담으로 느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산업전체에 도움이 되는 규제들이 많다. 개별기업의 임금부담을 줄일 수 있는 아동노동을 규제하는 것은 인권보호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근로자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개별기업내의 이해당사자들(단기주주, 경영자, 노동자, 협력업체 등)의 이해상충이 있을 수 있기 떄문에, 기업에 좋은 것이 사회전체에 좋은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파이의 크기를 키운다는 명분으로 기업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정부와 초국적 대기업을 포함해 더욱 계획적인 경제가 되고 있다. 국제무역량의 3분의 1 이상이 초국적기업의 내부거래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문제는 계획경제냐 아니냐가 아니라, 적절한 계획의 형태와 수준이 될 것이다.
20. 기회의 균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결과의 균등(소득의 균등)도 필요하다. 즉, 기회의 균등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일정 수준까지는 균등화할 필요가 있다.
21. 복지제도는 노동자에게 제2의 기회를 주는 파산법이다. 직업불안정성으로 인해 의사, 변호사 같은 특정 직종으로 자원이 몰리고 보호무역에 대한 요구도 높아진다. 복지정책은 노동자에게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변화를 더 잘 받아들이게 해줄 수 있다. 2000년대 스웨덴, 핀란드의 연평균 성장률은 2.4, 2.8%로 미국 1.8%보다 훨씬 높아 복지제도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근거도 희박하다.
22. 금융의 지나치게 높은 유동성은 장기적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고,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금융의 속도제한장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