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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수집가
어반북스 콘텐츠랩 글, 목진우 사진 / 위즈덤스타일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겨울은 무채색의 느낌이다.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눈을 돌리면 어디든 화려하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추운 날씨에는 왠지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겨울엔 봄이
그립다. 그 터질 듯한 생명력도, 사방에서 솟아나는 초록빛도, 넋이 나갈 정도로 매혹적인 꽃들도 모두 보고 싶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세상을 뜨는
계절이 겨울이란 얘기를 들은 후, 겨울은 더 소멸의 이미지가 되었고 나 역시 겨울에 죽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겨울은 무서운
이미지이기도 하다.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기도 싫어서
빈둥거리다가 문득, 시선을 돌렸고 사무실에 있는 작은 화분을 발견했다. 손바닥만한 공간을 자기만의 땅이라 믿고, 이 추운 날씨에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초록빛을 뽐내고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봄을 느꼈다. 겨울이라 힘든 건 어쩌면 마음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봄을 보는 것은 아주 작은 생각의 전환으로도 가능할 수도 있다.
식물을 담은 이 책이 겨울에 나온
이유도 봄이 가장
필요한 계절에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책을 펴면 봄이 시작된다.
눈이 편안해지는 자연의 초록이 한
권을 가득 채운다.
정원사, 가든 디자이너, 원예가,
식물세밀화가, 식물처방사 등 생소한 직업을 가진 '식물수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모두 식물에게서 좋은 기운을 얻었다고 말하며 그들의 삶이
식물을 알며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식물이 가진 무한한 기운, 그것은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직업적으로 식물을 대하는 사람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 차례 식물이 숨쉬는 예쁜 공간들을 소개한 후, 일상생활에서 식물과 함께하는 '식물수집가'들의 이야기가 있다. 식물에서
영감까지 받는다는 그들을 보니 나도 당장 식물 하나를 사서 내 집, 사무실의 내 책상 한켠에 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도 내 공간에 맞는 식물을
고르는 법과, 브라운썸(식물을 잘 죽이는 사람)에게 유용한 팁, 그리고 식물을 활용해 공간을 꾸미는 실용적인 방법이 나와 있어서 한번쯤
따라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책 한 권으로 봄을 미리 마주한
느낌이라 자꾸 펴보고 싶다.
봄을 닮은 책이라 그런지, 장정도
너무 예쁘다. 겨울엔 겨울이라, 봄엔 봄이라, 또 다른 계절엔 각자의 이유로 자꾸 보고 싶어질 듯하다. 내일도 춥다고 한다. 내일 역시 잠시
숨쉴 틈엔 이 책을 펴고 봄을 닮은 겨울을 마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