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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평점 :
이외수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산문집을 내자 평소 이외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사내 하나가 자기 블로그에 비난의 글을 올렸다. 자기가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척 책까지 묶어내는 걸 보면 이외수는 분명히 사이비라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어본 이외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 (p.54)\
이외수라는 작가에 대해 논하는 것은 더이상 무의미할 것 같다. 얼마 전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현해서 세간에 떠도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 대해 말하기도 했으며 작가들 치곤 심심찮게 대중매체에서 그를 만날 수 있으니 그에 대한 이야기 말고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처럼 은둔형 작가들은 개인적인 사생활로 인해 세간의 오해나 주목을 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작품으로서만 평가받을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작가들이 어느정도 미스테리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들의 작품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우리나라 문학계에 이렇다 할 스타작가가 없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외수 작가의 행보를 나쁘다, 혹은 작가답지 않다고 판단할 수만도 없다. (그리고 왠지 '난 별로'라고 한다면 어디선가 인터넷을 하고 있을 이외수 작가가 '즐~'이라고 덧글을 달 것 같기도 하다.) 또 하나, 작가에게 미스테리한 부분이 있기를 바라는 독자의 입장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난 다작하는 작가들에겐 큰 관심을 갖지 못하다. 그리고 이외수옹은 꽤 다작하는 작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한동안은 그의 '문학'보다는 '편견'에 귀를 기울이는 문화적으로 뒤떨어지는 독자였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멀리하기도 했다. 이 책 <하악하악>은 이외수옹을 만난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이 작가가 썼을 소설책이 말이다.
나이 60이 넘은 작가가 인터넷을 하고 인터넷 용어를 척척 쓰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책에서 흠좀무, 쩐다, 대략난감 등의 용어를 사용해 자신만의 사색을 펼친다. 그리고 그 중에는 꽤 재미있는 말들도, 우리에게 생각해 볼 것들을 던져주는 말들도 있다. 아니, 꽤 재미있는 말들 속에도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숨어있으니 그저 가볍게 넘길 이야기들은 아니다. 보통 인터넷 용어를 책 속에 사용하거나 글로 표현하게 되면 그 글을 다소 가볍고 유치하게 만든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유치하기 짝이없는지) 하지만 이외수옹의 글들은 인터넷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유치하다거나 가벼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힘겨운 시절의 고통과 자신의 가두는 문학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보지만, 책 안에서 한국어의 사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도 인터넷 용어의 사용을 계속하는 것은 약간은 모순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래도 책을 읽어가며 재미있었고 웃기도 했고 공감하기도 했고 잠시 책을 덮고 생각의 시간도 가져봤으니 이 책이 독자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외수옹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문학적으로) 마음이 들기에 충분했다. 이젠 그도 그의 '대표작'이라 감히 말하기에 충분한 작품을 쓰고, 나도 독자로서 그의 책들을 하나씩 만나봐야 겠단 생각이 든다. 하악하악, 이 책은 아주 좀 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