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아드 - 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
마릴린 로빈슨 지음, 공경희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만나기까지는 어느정도의 갈등이 있었다. 우선 '2005 퓰리처상'과 '2004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이라는 타이틀이 이목을 끌었고, '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라는 말에서 이 책과의 만남을 재고해보게 했다. 수상 이력이 늘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권위있는 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이 분야에 '전문적'이라 평가되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기준을 통과한 것이므로 가끔은 책을 선택하는데에 도움을 준다. 그런 점에서 퓰리처상과 매해 주목했던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것은 이 책을 만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여러 종교 속에서 혼란을 겪고 아직도 종교적인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내게는 특정 종교의 색이 처음부터 너무 강한 것은 어쩐지 조금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목사가 아들에게 쓰는 편지'라는 대략적인 내용을 듣고 이 책을 만나기로 결정한 것은 이 책이 단순히 종교적인 면이 강한 것이 아니라, 인생과 죽음과 한 가정의 흐름까지 볼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이 책 뒷편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길리아드는 요르단 동쪽에 있는 곳의 지명으로서 치유 약의 근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어원상으로는 목격하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경에서 길리아드는 분쟁과 싸움의 지역으로 묘사되고 있다. (p.309)

   그리고 이 책에서의 길리아드는 아마 이 세가지 뜻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작게는 한 가정의 3대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크게는 역사소설이며 종교소설이다. 죽음을 앞둔 목사인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며, 남겨질 어린 아들을 위해 쓰는 편지로 책은 이루어져 있다. (사실 놀랄만한 요소가 숨어있는데, 목사인 아버지의 나이는 76세이고 남겨질 아들의 나이는 6세이다. 부인은 30대이며 책에 몇번 언급된 내용으로라면 아들 밑에 어린 딸이 또 하나 있다. 하느님은 분명 목사님께 설교의 능력 외에 또 다른 능력을 제공하신 것이 틀림없다.)

   아버지는 성인이 되어, 자신의 편지를 읽게 될 아들을 생각하며 편지를 쓰기 시작하는데, 그 편지는 목사인 자신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3대에 걸쳐 목사직을 수행한 가정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가정이 겪어 낸 미국 사회의 이야기가 나타난다.

    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남북전쟁 후 노예제 폐지 운동에 앞장 선 목사였고, 그런 신념에 기초해 총으로 적을 쏘고, 탈출한 노예를 위해 도둑질을 하는 어떻게 보면 목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자처한 인물이었으며, 틈틈히 하느님과 대화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보수적인 아버지의 아버지와 대립을 이루게 되며, 결국 아버지의 아버지와 헤어져 지내다 죽음을 맞는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무덤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런 이야기들을 또 자신의 아들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종문제는 3대가 흐르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고, 보수적인 자신의 아버지처럼 또한 보수적이였던 아버지는 이제와서야 자신의 친한 동료목사의 아들이자 자신의 또 다른 아들과도 같은 존 에임스 보턴에 의해 인종 문제의 화해 가능성을 찾게 되는 것이다. 즉, 아버지는 인종분쟁을 목격하고, 그 곳에서 치유의 근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아들에게 남길 편지를 적으며, 아버지의 마지막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들의 정체성과 사상을 확립해 주고 싶었던 늙은 목사의 아버지로서의 바람은 자신의 마지막 정체성과 사상을 확립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직도 미국사회가 짊어지고 있는(그리고 크게 봐서는 전 인류가 짊어지고 있는) 인종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그 화해점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굳건한 종교적인 신념을 갖고 있는 목사를 화자로 내세움으로서 종교적인 신념을 잃어가는 우리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내 우려대로, 종교적인 색체가 강한 이 책은 읽는 내내 불편한 감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종교적인 굳건한 신념, 그리고 3대를 이어 내려온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보여주며 이런 가치들에 무감각해져가는 이 시대의 나에게 한번쯤 생각해 볼 시간을 잔잔히 마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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