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어디서 왔어?

아프리카에 간 올가 할머니와 홀거
살라 나오우라 지음, 미르얌 슈페히트 그림, 유혜자 옮김 / 토마토하우스 / 2006년 3월

동화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 착안을 한 <빨간 모자의 진실>이라는 영화를 보면, 동화에서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연로한 할머니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 가족들 몰래 스카이 다이빙을 하고, 스노우 보드를 타는 강인한 할머니는, 가족들과 사람들 앞에선 가장 맛있는 쿠키를 굽는 다정다감한 할머니이다. <빨간 모자의 진실>이란 영화를 보면서, 그런 할머니가 그리웠다. 정말 저런 할머니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군밤을 구워주고,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고전적인 할머니도 푸근하고 좋지만 자신의 인생을 즐길 줄 알고 노익장을 과시하는 저런 할머니도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할머니를 다시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이 책과 만난다면, 올가 할머니는 참 반가운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림책의 제목에 '할머니'란 단어가 들어가면 조금은 고루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시골의 정취가 들어나 있거나 혹은 흔들의자에서 뜨게질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올가 할머니는 첫 인상부터가 남다르다. 하늘을 날고 있는 올가 할머니의 뒤에는 무섭고 사나운 동물로만 알려져있는 악어가 아주 순진한 얼굴로 타고 있다. 그런 올가 할머니와 악어 홀거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누구나 어린 시절, 난 어떻게 생겨난걸까? 난 어디서 온거지?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첫걸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의 이런 의문을 해소해 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솔직히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해도 아이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해하기 힘이 드는 것이다. 그런 어린아이들에게 넌 엄마아빠 품에서 태어난거고, 앞으로도 엄마아빠의 사랑스런 아이란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의문을 던질 필요가 없다.

 

올가 할머니와 행복하게 살던 홀거는 어느 날 의문이 든다.

'난 어디서 왔지?' '난 어떻게 생겨난걸까?'

알에서 태어났다는 할머니의 말에 홀거는 집에 있는 모든 알을 깨트려보지만 새끼악어가 나오는 알은 하나도 없다. 그 때 할머니는 지도를 펴고 이야기를 해준다. 너는 여기, 아프리카에서 왔단다.

자기가 태어난 곳에 가보고 싶어하는 홀거를 위해, 할머니는 옛날에 할아버지와 함께 이용했던 낡고 고장난 경비행기를 수리한다. 그리고 무서워하는 홀거를 태우고 신나게 비행을 한다. 아프리카로.

아프리카에 도착한 홀거와 올가 할머니는 낙타를 타고, 아마존 강까지 다시 여행을 한다. 홀거는 낙타가 참 좋다. 풀을 뜯어 먹으려 가만히 정지하는 것 외에는 천천히 묵묵히 갈 길을 간다.

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악어와 낙타의 기묘한 조합이 참 재미가 있다. 동물원에서 이미 낙타와 악어를 본 아이들이라면 그 기묘한 조합에 웃음을 터뜨릴만 하다.

아마존 강에 도착해 새끼 악어와 어미 악어를 본 홀거는 어쩐지 울컥해진다. 난 엄마가 없잖아... 하지만 홀거는 이내 깨닫게 된다. 나도 엄마가 있구나!

어릴 때 부터 홀거를 키워 준 올가 할머니가 홀거에겐 엄마악어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홀거는 집으로 돌아간다. 가장 편한 곳, 가장 좋은 홀거의 집으로...

 

공개입양이 활성화 되고 있는 요즘, 혹여나 공개입양의 사실을 깨달으며 정체성의 혼란을 갖는 아이라면 더더욱 좋은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배 아파서는 아니어도 마음 아파 낳아 준 엄마가 있다는 사실에 아이는 지금 내 가정이 가장 편하고 가장 좋은 곳임을 깨달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아니라도, 충분히 따스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엄마, 난 어디서 왔어? 난 어떻게 생겨난거야?'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던지는 질문에 이 책은 아이를 꼭 껴안아 주며 이야기를 해 준다.

'넌 엄마와 아빠 품에서 태어났단다. 저어기 먼 곳에서 선물처럼 널 엄마아빠에게 보내주었단다. 널 제일 사랑해 줄 사람으로 엄마아빠가 뽑힌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