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 중국문학 다림세계문학 1
차오원쉬엔 지음, 첸 지앙 홍 그림, 양태은 옮김 / 다림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문학, 중국문학이라는 말에 이 책을 고르면서도 갸웃거렸다. 바다소라는 것도 있어?

이 책을 골라들고, 바다소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바다소는 일반 바다소와는 뭔가 다른 것 같았다. 분명 표지에는 기운 세 보이는 뿔 난 녀석이 아이를 태우고 있으나, 진짜 바다소는 해중생활을 하고 앞 다리도 지느러미 모양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고나니, 이 녀석의 정체가 더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바다소, 너는 누구니?

 

이 책은 네가지 단편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책이다. 네가지 이야기들의 제목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면서도 왠지 푸근한 느낌이다.

이 이야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물, 외로움,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등이 그 주요 내용인데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에서 외로운 감정과 인간성의 회복을 들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농촌생활의 정감을 바탕으로 작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너희 모두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그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빨간 호리병박

뉴뉴는 강가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완을 몰래 살펴본다. 완은 뉴뉴가 언제쯤 자신을 보리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수영을 한다.

소년과 소녀는 서로가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 생각하지 못하고 서로를 의식한다. 마치 <소나기>에서 징검다리 위를 서성거리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친해지는 것이다. 소년이 수줍게 소녀에게 내민 마름 열매 때문에. 소년은 자신이 차고 수영을 하던 빨간 호리병박을 소녀에게 주고 수영을 알려준다. 완은 아버지가 사기죄로 감옥에 있다는 것 때문에 친구도 없고, 주변 어른들에게까지 소외 받는다.

완이 사기꾼의 아들이라는 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오직 뉴뉴뿐. 둘은 그렇게 세상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간다.

하지만, 뉴뉴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기 위해 완이 강 한가운데에서 호리병박을 빼앗자 완은 뉴뉴에게도 사기꾼의 아들이 되어버린다. 특별한 그들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금새 뉘우치고, 서로의 마음을 다시 이해한다. 하지만 이미 늦어있다. 빨간 호리병박에 의지하지 않고도 수영을 해서 강을 건너 완에게 가지만 완은 이미 떠나있다.

 

바다소

세 살 때 급작스런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그 후, 소년을 버리고 한 사내와 도망간 어머니 대신 할머니는 소년을 키워준다. 국가에서 나눠 준 땅을 굳이 자기 명의로 바꾸고는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새끼를 꼬아 팔고, 농사를 짓는 할머니이다.

그런 할머니를 위해 소년은 아쉽지만 기쁜 마음으로 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소를 사기로 결심한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할머니가 새끼를 고아 모아놓은 돈 700원.

그 돈으로 바다소를 살 수 있지만, 먼 거리에 있는 장까지 가서 엄청나게 큰 소를 끌고 오기에 소년은 아직 어리다. 그리고 할머니에겐 소년의 눈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를 살 유일한 돈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다. 소년은 결국 몰래 소를 사기 위한 길을 떠난다. 어른도 다루기 힘든 거친 바다소를 사서 돌아오는 길. 소년은 바다소의 주인이 되려하고 바다소는 그런 소년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년은 그런 바다소의 사나움이 좋다.

절대 이 녀석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온갖 고난과 시련이 따르는 벅찬 존재인 녀석을 소년은 놓지 못하고 결국 바다소도 소년의 소가 되는 것이다.

 

미꾸라지

서로 성격도, 생김새도 정 반대인 싼류와 스진쯔는 같은 논에서 '카'라는 도구를 이용해 미꾸라지를 잡는다. 비쩍 마르고 의기소침한 싼류를 스진쯔는 늘 무시하고 방해한다. 하지만 어느 날, 스진쯔는 자신의 방해 때문에 울고있는 싼류와 그런 싼류를 지켜주는 미망인 완의 눈물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다. 싼류와 완도 외롭고 아픈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 아픔과 외로움을 서로 보듬아주고 돌보고 있는데, 그것을 보는데에 심사가 뒤틀린 자신이 그들을 괴롭혔다는 것을.

싼류에게 스진쯔가 마음을 열고서야 서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해간다. 하지만, 그 노력은 왜 언제나 늦는 것일까. 싼류는 다른 지방으로 시집가는 완을 따라 가게되고, 싼류의 카까지 받은 채로 남겨진 스진쯔는 카를 바라만 보게 된다.

 

아추

아추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물에 빠져 익사했다.  그런 부모님덕에 홀로 살아남은 다거우의 아버지와 맞장구를 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자란 아추는 세상에 자신의 편은 없으며 혼자라는 상처를 안은 아이로 자라난다. 그리고 자신의 그 상처를 사람들에게 돌려주려 한다.  사람들은 그런 아추의 행동을 혼내주는 것이 아닌 불쌍한 아이의 발악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해는 아추에게는 이해가 아닌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다시 한 번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심술만 부리던 아추는 결국 다거우를 데리고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다거우와 사라진 사흘 째 되는 날, 마을 사람들이 그들이 있는 곳 근처로 오게되지만 모두 다거우만 찾는 것을 알게 된 아추는 사람들에게 발각되려는 다거우를 때리고 다시 두 소년은 고립된다. 하지만 이제 다거우는 알 것 같다. 왜 아추가 그렇게 심술을 부리는지.

그리고 아추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아추가 원래 나쁜 아이는 아님을. 아추는 다거우를 위해 음식을 구하려 상처를 입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다거우를 위해 음식을 구하다가 영영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아추의 이름을 불러준다.

 

네 이야기 모두 물 근처의 마을에서 발생된다. 강에서 설레는 우정을 쌓는 완과 뉴뉴의 이야기, 바다 근처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바다소를 구하고 싶어하는 소년, 물이 가득찬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는 싼류와 스진쯔, 물을 건너 작은 섬으로 갔다가 배를 잃어버린 채 고립된 아추와 다거우까지 이야기는 모두 물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소외받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단지 아버지가 사기꾼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혼자인 법을 배워야 했던 완, 자신을 버린 어머니 때문에 눈먼 할머니 옆에서 자라야했던 소년, 아무도 없이 과부의 관심만으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던 싼류,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동정없는 시선과 자신에 대한 동정어린 시선 그 모두가 무관심이 되었던 아추.

하지만 결국 그 무관심 속에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발견한다. 그 특별한 시선 하나면 되는 것이다.

책은 말한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누구인지. 아무 죄 없는 아이들에게 단지 편견으로 어른들이 얼마나 더 아픈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보듬아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아이들의 몫으로 남는다는 것을.

또 아무일 없이 자라나는 아이들은 없다는 것도. 그것은 아이였던 우리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우리 역시 지금의 아이들처럼 아프고 상처받고 보듬아지며 자라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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