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생을 껴안고 춤을 춰라
쉬이밍 지음, 장연 옮김 / 고려원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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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맛을 아는 사람이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란 틀에 맞춰 사람이 가공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나의 내면과 소통하게 되는 매개체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그런 생각을 했다. '아직 제대로 맛을 느끼진 못하지만, 책 맛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 다행이야.'
 
올해 초, 두권의 책으로 심한 혼란에 휩싸였었다. 김형경의 <사람풍경>과 루쉰의 <아Q정전>탓이었다. <아Q정전>은 고등학교 때 만난 후 오랫만의 재회였다. 당연히 느낌이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사랑풍경>을 가슴으로 만난 직후라 <아Q정전>이 더 사무치게 다가왔따. 무슨 생각을 해도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걸까란 고민이 됐고, '괜찮아, 잘 될꺼야.'란 자기 위안이 들 때면 '나 꼭 아Q 같잖아.'란 생각을 떨칠 수 없어 고개를 흔들어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자아정체성 확립의 폭풍이 잠잠해진 요즘, 이 책을 만났다.
 
자기 계발서는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읽다보면 나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자기 계발서는 대부분 실천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이론상으로 쉽게 서술하며 "봐, 쉽잖아."라고 말하듯 밥을 떠먹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자기 계발서의 홍수 속에서 혼자 밥 먹는 법을 터득하길 기다려주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홍수 속에서 이 책은, 서양 심리학에서 아용되는 기법에 불교와 노자사상까지 덧붙여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아주 천천히 독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서 밥 먹는 법을 터득하길 기다려준다.
 
나는 모든 것의 근원이다.
자아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쁜 마음을 접어두고 스스로에게 2-3일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P.46)
이 책은 우리 자신을 먼저 살펴볼 것을 권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타인을 살펴 볼 시간을 갖기는 커녕, 자신을 살펴 볼 시간 조차 없어하는 현대인에게 잠시 숨 돌릴 틈을 가져도 좋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내 시선 안에서, 내 생활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생활의 모든 원인과 이유는 내 안에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렸을 때 부터 접촉해 온 외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즉, 외부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자기 내면의 변화와 원인을 각찰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번뇌가 바로 보리
우린 어려서부터 나약함과 눈물이 좋지 않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ㄹ로 인간의 가장 자연스럽고 진실한 모습을 말살하는 일이다. 고통이 올 땐, 고통과 함께하며 그 참모습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져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이런 지혜가 많은 지식보다 훨씬 나은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눈으로 바다를 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바다를 볼 줄 아는 사람은 온전한 바다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의 중심을 찾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상처와 고통, 번뇌를 직시함으로써 보리(생명의 지혜)를 꽃피운다.
 
자아 부모의 재창조
자기 존재의 중심을 갖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참 사랑이다. 자신의 모든 존재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며,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의 생명력은 굳건하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참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자기의 중심으로 돌아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면, 날 바라봐 주는 사람도 생겨나고 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내 행위의 변화는 주변사람에도 영향을 준다.
 
이 책을 만나며, 자기 존재의 중심을 갖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간다. 남들은 '백수'라며 혀를 차는 지금의 내 시간이 내게는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인지 다시 한 번 기억한다. 이 시간동안 얼마나 나에 대해 많이 생각했는지, 오랫동안 꾼 꿈을 어렴풋이나마 현실로 잡아두는 힘을 갖기까지 내 바다 속에서 얼마나 허우적 댔는지, 이 시간들이 너무나 고맙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사람이란 얼마나 큰 힘을 가진 존재인지.
 
북한 핵실험이 한창 떠들석하다. 물질에서 에너지로 변환되며 방출되는 엄청난 힘이 세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육신이 물질로부터 에너지를 전환할 때는 얼마나 큰 힘이 생기는지를.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음을.
 
쉽게 읽으려 한다면, 충분히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다시한 번 생각해 볼 수록, 이 책은 어려워진다. 자꾸 책을 끌어안은 채 한숨을 내쉬게 된다. 어느 때에는 내 마음을 너무 꿰뚫어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난다. 하지만 억지로 참지 않는다. 이 눈물이 나의 온전한 바다를 찾아가는 올바른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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