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네버랜드 클래식 2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영선 옮김, 노먼 프라이스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안에서 흥겨운 노래가 들린다.

 죽은 자의 궤짝 위에 열다섯 사람

 어기여차, 그리고 럼주 한 병!

 

 노를 젓는 소리와 파도 소리, 바닷 바람 소리도 들려온다.

 그 소리들에 마음이 괜히 들떠 나도 모르게 책장으로 손이 간다. 스르륵 스르륵 책이 넘어간다.

 한살 두살 세살, 열 손가락 만으로는 꼽을 수 없는 나이가 되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라 동생의 열 손가락을 더 빌려오고도 모자른 나이가 되어서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아니, 어린 시절로 돌아갈 필요까지도 없다. 그냥 눈을 감고 지금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신나는 모험을 떠올린다. 보물섬을 찾아가는 배 속에 내가 있다.

 지금보다 훨씬 날씬한 몸으로, 훨씬 예쁜 얼굴로 질끈 동여맨 긴 머리를 바닷바람에 흩날리며 사나이 냄새가 물씬나는 선원들에게 윙크를 날리며 목소리를 높인다.

 "어이, 거기. 똑바로 하라고! 바람이 세. 키는 단단히 잡고 있는거야?"

 

 때론, 위험하다.

 바닷바람은 가끔 거센 파도를 일으켜 내가 탄 배를 잡아삼킬 듯 넘실거리고, 그 바람에 배는 한 바탕 진통을 겪어 배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얼굴을 노랗게 질리게 만들어논다.

 작은 세상같은 배는 망망대해 위에서 시기와 질투 모함을 만들어 내 서로 다치게도 하고 자신도 상처를 입는다.

 

 그러다 보물섬을 발견한다.

 여전히 날씬하고 예쁘고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난 망원경에서 눈을 떼며 소리친다.

 "섬이 보인다."

 섬에 배를 대고, 섬을 모험하기 시작한다. 예전 해적들이 섬에 버리고 간 한 남자도 발견하고, 그 사람이 만들어 놓은 뗏목과 재어놓은 염소고기로 허기를 해결하기도 한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해적새 삼년에 욕을 읊는 앵무새도 함께이다.

 보물을 찾기 위해, 많은 피를 봐야하고 많은 죽음을 봐야하고 때론 나도 피를 흘리고 죽음의 문턱에 살짝 다녀와 두려움으로 몸을 떨기도 하지만 신난다. 모험이란.

 

 책을 읽는 내내, 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떠다녔다.

 바다를 떠다니고, 사과 궤짝에 숨어 선원들의 모함을 밝혀내고, 섬을 모험하며 죽을 고비도 넘기고 용감하게 나 홀로 모험을 한다. 난 어리지 않으니까.

 보물을 찾았고 난 부자가 되었다.

 부자가 되지 않았더래도, 그리고 다시 보물지도를 발견한대도 피 비릿내 진했던 그런 여행을 다시 하고 싶진 않지만 이건 확실하다.

 모험은 신나고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훌쩍 커버려 읽는 보물섬은, 꼬맹이였던 시절 그래서 정말 바다에 나가면 해적이 득실거릴 것 같아 바다를 동경했던 그 시절 읽은 보물섬보다 더 흥미롭고 더 신이 난다.

 이젠 더 이상, 바다엔 해적이 득실거리지 않고 보물지도라는 것도 없으며 그 보물을 찾기 위해선 모험이 아닌 돈으로 탐사선을 장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 이 네버랜드 클래식은 모으고 싶은 책 중 하나여서 한권한권 모으려 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완역에 충실하려 한 노력이 돋보이며, 책도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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