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제목을 다시 들여다 봤다.
분명히 청소년 성장 동화라고 들었는데, 이 책 제목이 너무 슬프다. 어느 날 내가 죽었다니.
책 표지에 있는 파란 수첩, 왠지 이 책도 저 수첩도 슬플 것만 같다. 책을 펴기가 살짝 두려워진다.
책을 펴는 기분보다는, 책 표지에 그려있는 파란 수첩을 펴는 기분이 든다. 아이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기분이다.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요즘 애들 정말 이래? 갑자기 중학교 1학년인 동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해서 나쁜 일은 어른이 해서도 나쁜 일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단지 "어린 것이..." 라는 그 네 글자의 말로 어느새 아이들이 해서는 안되는 일과 어른이 해서는 안되는 일을 구분해 놓았나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 시절, 나 역시도 "어려서"란 말을 듣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며, 나도 똑같을 뿐이에요. 나도 당신들처럼 똑같이 고민하고 심각한거라구요. 라고 생각했었다.
재준이가 죽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그리고 어느 날, 재준이의 어머니께서 내게 전달해 주신 크리스마스 날 내가 선물했던 파란 일기장을 건네신다.
네가 읽어보고 이야기 해 달라고...
중학생의 이야기지만, 친구는 동성의 친구가 아니다.
이성의 친구이지만,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고 생각해 주는 것은 동성친구보다 더 애틋하다. 사랑은 아니지만, 사랑보다 더 진한 우정이다.
내가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이유는, 이제 갖 사춘기를 넘긴 아이들이 겪는 고민과 사랑, 우정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매우 사실적이다.
담배를 피고, 오토바이를 타고, 야한 속옷을 선물하고, 이성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갖고.
그 시절 나도 경험했을 호기심이 막상 나이를 먹어 '어른'이라는 허울좋은 껍질을 갖게 된 지금은 어린 아이들의 철없는 방황같이 보였던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아이들의 담백한 이야기일 뿐이데도...
가장 친한 친구였음에도 불구하고, 다 알지 못했던 속마음을 친구가 죽고나서야 친구의 일기를 통해 하나하나 알아가며, 좀 더 자라는 것이다.
아마, 주인공인 유미는 좀 더 시간을 흘러보내면서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파일럿피쉬가 재준이었다는 것을... 자신이 더 멀리 볼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 주기 위해 재준이가 그렇게 사라진 것이라는 걸.
재준이의 일기장을 덮으며, 유미가 절대로 재준이를 잊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은 너무 슬픈,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사건이지만 자신을 자라게 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갑자기 중학교 때, 스스로 세상과 인사를 했던 한 아이가 생각이 난다.
알게 된지 얼마되지 않았었지만, 늘 밝은 인상이 참 귀여웠던 아이. 그런 어두운 면을 갖고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었던 아이.
그 아이가 스스로 세상과 인사를 했다고 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친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아이가 생각이 나며 눈물이 쏟아졌다.
누구나 그렇게 성장통을 겪는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자신이 겪었던 그런 성장통을 어느새 잊게 된다.
나도 그렇게 아팠었고, 나도 그렇게 슬펐었다. 하지만 그렇게 자라났다. 그 슬픔을 보듬아 주는 또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히고 위안 받으며...
동생의 시선으로 다시 한 번 이 책을 생각해 봤다.
중 1인 동생은 같은 또래의 시선에서 이 책을 읽으며 '죽음'이란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지금을 조금은 괜찮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