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투안의 무덤 어스시 전집 2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가 무너졌다.
 어스시 전집 2권 <아투안의 무덤>, 2권에서는 어스시의 위대한 마법사인 새매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 믿었다.
 1권에서 그의 자아를 찾는 여행이 진행되며, 후에 이 사람은 위대한 현자가 되었다고 이야기 했기 때문에, 그 여행 이후의 이야기가 2권부터는 진행되겠구나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히 무너졌다.
 아투안의 무덤에서는 새로운 화자가 등장한다. 아르하라는 칭호 아래 살아가는 테나의 이야기이다.
 
 '이름이 먹힌 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아르하는 아투안 무덤의 어둠들을 모시며 살아가는 최고 무녀이다.
 그녀는, (꼭 달라이라마 처럼) 최초의 무녀이며 마지막 무녀로, 환생을 거듭한다 믿고 있는데 그녀가 죽은 시간과 동일한 시간에 태어난 여자아이를 찾아 내 그녀를 5년간 지켜보며 건강하게 자랄 경우 그녀가 아르하가 환생한 아이라 믿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투안의 무덤으로 오게 된 아이는 유일무녀로서 교육을 받는다.
 한 번 환생을 함으로써 그녀가 잊게 된 전생의 기억들을 다시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하는 뭔가 이상하다. 그녀에게 전생의 기억들을 이야기 해주는 사르라는 무녀가 "당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하셨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정말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옛날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하지만 그 것이, 들은 이야기들이 조합되어 겪은 일처럼 느껴지는 것인지 진짜 기억이 나는 것인지는 아르하도 잘 모른다.
 낯선 사람들은 아무도 들어올 수도 없고, 자신들도 그 지역 외를 나갈 수 없는 생활이지만 아르하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일상으로 여겨지던 날, 언덕 지하 미로를 훔쳐보는 구멍에서 빛이 새어나왔다.
 낯선 남자가 보물을 노리고 침입한 것이다.
 그들의 규율에 따르면, 그는 죽음을 당해 이름 없는 자들에게 바쳐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르하는 이상하게 그를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살려둔다. '새매'라는 그 남자를...
 이 책은, 그렇게 1권과 이 책을 연관시킨다.
 아르하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는 '새매'와 '새매'가 가져오는 최고 보물의 반쪽인 고리를 통해.
 그 고리가 있었던 곳, 1권에서 '새매'인 게드가 여행하던 중 한 외딴 섬에서 만난 단 둘이 살아가던 두명의 노인 중 노모가 게드에게 준 그 고리로 1권과 2권을 교묘하게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아르하는 새매와 함께 자신을 묶어두던 어둠의 무덤에서 빠져나가 자유를 되찾게 된다.
 
 이 책 역시, 1권과 다름없는 것이 있다면 자기의 자아정체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단지 그 대상이 게드가 아닌, 테나로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1권에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정체성을 찾는 게드가 테나가 자기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
 테나 역시 아르하를 버리고, 테나라는 자기 자신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알려줘서는 안 되는 그 이름을.
 
 3대 환타지 소설 중 하나라고 손꼽아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전 작품에서도 말했듯 조금 특별한 환타지이다. 철학적인 요소를 내내 이야기 속에 간직한 채 전개해 나간다.
 사람에게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잊지 않는 것이다.
 
 2권은 1권보다 조금 더 쉽게 읽혀졌다.
 철학적인 냄새가 폴폴나는 1권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책이 주는 특유의 환타지 맛에 조금은 당황했던 것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을 전개해가는 2권이 낯설지 않다.
 어스시 전집을 완독하기엔 아직 몇권의 책이 더 남아있지만, 기대가 된다.
 다음엔 어떤 내용으로 나를 이끌어 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