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괜찮아 토토의 그림책
마키타 신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유문조 옮김 / 토토북 / 200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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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발표를 매우 잘 하는 아이였다.
 성격이 활발한 탓도 있었지만, 틀리지 않으리란 자신이 있었다.
 지금은 느리지만, 어렸을 때는 조금 빨리 트인 탓에 다른 아이들보다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랐다. 그래서 늘 다 아는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고 그 자신감은 내 손을 허공으로 번쩍번쩍 들어올리게 했다.
 유치원 때는 날 시켜주지 않는 선생님이 너무 미웠다.
 내가 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데, 난 틀리지 않을 수 있는데 선생님은 날 시켜주지 않으셨다.
 초등학교 때는 칠판에 발표왕이라고 내 이름이 적혀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자신감은 자만감으로 변질되어, 내가 잘 하지 않는 부분이나 할 필요 없는 부분까지 번쩍번쩍 손을 들게 되었다.
 예를 들어 노래하기, 난 음악과 체육엔 늘 소질이 없었으면서도 남 앞에서 하고 싶어했고, 혹은 짝꿍하고 싶은 사람 얘기하기, 다른 아이들은 부끄러워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에 난 손을 들어 자신있게 이야기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뒤돌아 생각해 보니 결코 그 일들이 잘하지 않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손을 들어 노래를 불렀을 때, 잘 부르지 못하는 내 노래에 아이들은 웃었었고, 손을 들어 짝하고 싶은 아이가 굳이 없는데도 이야기를 했을 때, 애들은 또 웃었었다.
 그렇게 내가 고개들던 내 손도 조금씩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마음 속에선 여전히 번쩍번쩍 손을 들고 싶으면서도...
 조금씩 커가며 이젠 알지 못해서 손을 들 수 없는 일이 더 많아졌다. 맞는 답을 알고 있었음에도 틀릴까봐 큰 소리로 이야기 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런 나를 이 동화 책이 다독거려준다. 틀려도 괜찮아.
 
 친척동생을 만났다.
 꼬마녀석은 내년이면 학교에 가는 데도 아직 말이 서투르다. 그래서 말을 걸면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니, 대답을 들으려면 몇 번을 끈기있게 물어봐야 한다.
 하지만 자기가 잘 한다고 칭찬을 받는 내용에 관해선 시켜주면 부끄러워 하다가도 열심히 해 보인다. 우리들은 우와, 잘 한다 라며 손뼉을 쳐 주고 아이의 볼에는 홍조가 띈다.
 그러다가도 다시 말을 걸면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가만히 꼬마를 무릎에 앉혀놓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틀려도 괜찮아.
 꼬마는 동그래진 눈으로 자기보다 한참이나 나이가 많은 누나를 올려다본다.
 하느님도 가끔씩 실수하는데, 아직 꼬마인 니가 실수하는 건 당연하잖아? 하며 난 웃어보인다.
 이 책 덕분이다.
 
 책은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마음을 보듬어 준다.
 이 책은 그렇게 마음을 보듬어 주는 책이다. 움츠려드는 아이들에게 틀려도 괜찮다고...
 
 구름 위의 신령님도 틀릴 때가 있는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우리들이 틀린다고 뭐가 이상해.
 틀리는 건 당연하다고.
 
 피식 웃음이 난다. 그래, 신령님도 틀릴 때가 있는데 틀리는 게 뭐가 이상해.
 왠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아닌 나를 위한 동화책 같다.
 나도 아직 산 날보단 살 날이 더 많다고... 그런데 그런 내가 틀린다고 뭐가 이상해.
 틀리는 건 당연하다고... 이제 다시 번쩍번쩍 잘 할 수 있지? 라고 내게 묻는다.
 
 '너 좀 이상해'라고 말해도 '너 틀렸어'라고 말해도 괜찮아.
 누가 웃으면 어때.
 틀리는 게 왜 나빠.
 틀린 걸 알게 되면 스스로 고치면 되지.
 그러니까 누가 웃거나 화를 낸다 해도 절대 기 죽으면 안돼!
 
 아이들을 다독거리며 책을 읽어주는 어른들도 다독거려 준다.
 아니, 이미 세상의 시선에 고개를 떨군 사람들을 다독거려 준다.
 틀린 걸 알게 되면 고치면 되는 것 뿐, 기죽을 것은 없다고 그러니 기운 내라고...
 책이 따뜻하게 보듬아 주는 손길에 괜시리 행복해진다.
 그리고 그 행복을 내가 또 전해준다. 틀려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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