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고양이와 살아가기
댄 포인터 지음, 여인혜 옮김, 이미경 감수 / 포레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처음 결심했던 그 때를 생각한다. 15년 이상 함께 할 수 있을지, 결혼 육아 이사 등 예측불가능한 일들이 발생했을 때, 함께 한 시간을 배신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지금의 이 마음이 변질되기 쉬운 가벼움은 아닌지, 꽤 오랜 시간을 두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결심이 섰을 때 내 고양이를 만났다. 

 

이미 몇 차례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했기에, 아주 작은 생명을 받아든 그 순간부터 더 잘 살고 싶었다. 먼 훗 날 우리가 이별을 하게 될 때, 그 동안 이 녀석들이 행복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면 난 내 고양이로 살아줘서 고맙다고 웃으며 보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보호자들은 종종 우리가 나이 먹는 만큼 그들도 늙어가고 있음을, 그리고 그들의 수명은 우리보다 짧음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머리로는 알겠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다. 벌써 4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있는 내 고양이를 바라보면서도 아직 마냥 아기 고양이 같기만 한 심정과도 유사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 이들에게도 시간은 흘러간다. 그 시간은 이들을 약하게 할 것이고, 때론 병에 걸리게 할 것이며, 결국 우리와 헤어지게 만들 것이다.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잘 보낼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없을까. 이 책은 그런 고민에서 시작 되었을 것이다. 20년 넘게 함께 살던 고양이가 어느 날 갑자기 아팠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안타까웠을 한 애모인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나이를 먹으며 나타나는 증상들과 가능한 질병들에 대해 꼼꼼히 정리되어 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거리를 던져 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을 여러 사례와 함께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낯설고도 슬픈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돕는다. 

물론 고양이와 함께 사는 가구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수의사들의 관심과 지식들이 늘어난 현재 상황에서 다소 올드해 보이는 정보들도 담겨있지만, 그 바닥에 깔려있는 우리의 가족이라는 점과 우리가 돌봐줘야 하는 동물이라는 점은 변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간직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두고두고 답하면서, 안에 담겨있는 내용들을 두고두고 습득하면서 언젠가 찾아 올 날들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고모는 세 마리의 개와 함께 살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들에게 이런 말들을 했다.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가." 습관처럼 그들에게 중얼거리던 주문은 꽤나 효과적이었어서 그들은 정말 아프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있는 것처럼 편안히 눈을 감았다. 

물론 그 시간동안 그들을 괴롭힌 노후의 증거들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 현명한 이별을 보며 내 고양이의 노년기에 대한 생각은 확고해졌다. 그 확고함에 이 책은 조금 더 깊은 실행을 안겨 주는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