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들 - 세계 최고의 독서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말하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책에는 밑줄이 빼곡하고, 어느 구절은 글자글자를 눈 감고 읽을 수도 있을 정도이다. 책을 읽는 목표가 하나 추가 되었고, 그 목표에는 '알베르토 망구엘'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깔려있다.

- 홍대 포스트 이앨리스

이 책에 대한 짧은 리뷰를 써야 한다면 딱 저 두 문장이면 족할 것 같다.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을 제외한 '독서법' 관련 도서들을 불신했었다. 지극히 사적인 취미인 독서가 방법이 필요한 학습처럼 취급되는 것이 싫었던 까닭이었다. 그러다 필요에 의해 한 권, 한 권 읽어보기 시작했고 나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알았다. '독서법'이라고는 하지만 달리 말하면 '독서 에세이'이기도 했고 타인의 책장을 훔쳐보며 그의 취향을 상상하는 즐거운 스파이 게임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알베르토 망구엘을 알았다. <독서의 역사>, <밤의 도서관>에서 엿 본 다독가로서의 그는 놀라웠고, 학자로서의 그는 존경할만 했다. 그런 그가 또 다시 독서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내가 쓴 거의 모든 책이 그렇듯이, 이 책의 주제도 독서다. 독서는 창조적인 활동 중에서 가장 인간적 활동이다. 나는 우리가 근본적으로 뭔가를 읽는 동물이며, 독서를 넓은 의미로 받아들일 때 독서하는 능력이 우리 인간이란 종을 정의한다고 믿는다. (p.7 서문 중)

전자책 시대가 도래하며 많은 작가들이 책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 했고 종이책이 붕괴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움베르토 에코.장필리프 드 토낙의 대담집인 <책의 우주>에서도 명쾌했고 다치바나 다카시도 그 점을 확실시 했다. 그리고 알베르토 망구엘도 그 결론에는 이견이 없다. 전자 텍스트는 정보의 수집과 보존을 안전하고 용이하게 만들어 주겠지만, 종이책이 가지던 지식의 두께를 가늠하는 것과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한 것 처럼'은 만들겠지만 실제로 그럴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과학의 기술은 사람들의 생활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창조성을 띈 독서를 해야 한다, 는 것의 그의 의견이다. 그 주장과 함께 그는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건 단지 텍스트를 읽는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그는 문학작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이슈와 인물들을 끌어와서 세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점과 우리의 독서를 결부시킨다.

문학은 우리를 세상에 다시 묶어준다. 문학을 통해 우리가 세상과 우리 자신을 의식하게 되므로 우리를 더욱 강하게 이 세상에 묶어주는 것이다. (p.36)

결국 문학이란, 책이란 우리와 세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의 소멸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지식의 창고 역할을 하고 한 눈에 그 두께와 위엄을 펼쳐보이던 종이책이 사라지는 것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존하고 싶다면, 결국은 독자의 창의적인 노력은 불가피하다.

저자는 이 점을 명확히 한 후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자신만의 독서를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독서임을 말하고 있지만, 그 이면엔 양서를 택할 것이 깔려 있고, 양서를 택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다양한 독서 경험이 중요함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한 권의 좋은 책을 읽기 위해 독서를 하고, 그 독서를 바탕으로 또 다른 좋은 책을 찾아 나서며, 그 탐색의 과정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일 테다. 그것이 나름의 독서 이전에 깔려 있어야 하는 습관일 것이고 창조성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독자라면 이 세상에서 단단히 살아갈 수 있음도 틀림 없다.

주어진 텍스트 안에 담긴 의미를 파고들 수 있는 독자라면, 텍스트 안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끄집어 낼 수도 있다. 작가가 그 문제를 많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함축적으로만 표현해도 독자의 솔직한 감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독자는 육감이나, 오래 전에 경험했던 것을 기억해 냄으로써 글에 함축된 윤리적인 문제를 찾아낸다. (p.59)

독자로서의 내 습관과, 내가 가지고 있는 목표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독자 역시도 나름의 목표가 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문학만 읽는다'는 주변의 편견이나 질타따위에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목표가 이 책으로 인해 조금 바뀌었다. 나는 내 독서를 바탕으로 알베르토 망구엘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이 세상이 문학과 얼마나 결부되어 있으며, 문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의 삶이 얼마나 나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내게 이 책은 절대적으로 옳았고 언젠가는 닿고 싶은 독자의 산이 되어 버린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