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 나라에서 망드라고르 산맥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3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것들이 나의 기억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내게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같은 추억이 없는데 그럼에도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같은 것이 그리울 때가 있고 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이 서른이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그런 그리움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최근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이라는 부제가 달린 여섯권의 그림책이 그 그리움을 해소해 주고 있다. 우선 방의 불을 꺼야 한다. 이 책은 작은 불빛 하나에 의지해 읽는 것이 제 맛이다. 침대 옆에 놓인 키다리 스탠드의 불빛이 천장을 향하게 해 놓았기 때문에 그 스탠드를 켜면 천장이 환해지고 천장에 반사 된 빛이 책으로 떨어진다. 딱 그 불빛 아래에서 읽는 것이 이 책에 대한 최고의 예의가 된다.

3권인 <비취나라에서 망드라고르 산맥까지>는 네 가지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비취나라에서 시작된 여행은 코라카르 나라를 거쳐 연꽃나라로, 그리고 망드라고르 산맥으로 이어진다. 이 여행에서 우린 아시아를 만날 수 있다. 빨강이 모티브가 되었을 법한 색들과 이야기를 구성하는 조각조각들이 환상적이지만 낯설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낯익지도 않다. 이것들을 낯익게 하려면 우리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승려들을 춤추게 해야 하고, 거대한 코끼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낯익어 지는 순간 이 책의 재미는 배가 되고 우리의 모험은 시작된다.

벌써 세번째 이야기를 읽고 있는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끝을 알 수 없는 상상력에 있다. 작가는 단지 글로만 그 상상력을 풀어내지 않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 시각화 한다. 글을 읽고 나서 작가의 그림을 보며 나의 상상력이 그가 의도한 내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한 권 한 권 읽어나갈 때마다 모험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알파벳을 따라 하는 여행이기에 여행은 유한하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력은 끝이 없기에 몇 번을 읽으며 다른 나라를 만들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임을 생각한다. 그렇기에 상상할 수 있다면 유한한 이 책의 끝은 무한해 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