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랑다르의 두 왕국에서 키눅타 섬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4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껴읽고 싶었지만 아껴읽지 못한 것은 목차 때문이었다. 이 책에 드디어 오르배 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본 순간, 이미 책은 넘어갔다. 시리즈의 전체 제목이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이기에 당연히 처음부터 가장 궁금한 지역은 오르배 섬이었다. 그 궁금증은 책을 읽어나갈 수록 책의 흥미도와 비례 해서 커졌다.

하지만 오르배 섬에 도착하기까지는 닐랑다르의 두 왕국을 거쳐야만 했다. 그리고 닐랑다르의 왕국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잠시 넋을 잃었다. 가족끼리의 영토싸움, 그것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 말하는 것이라고 하기엔 도덕의 기준을 벗어난 것 같았고 당연히 아름다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게 세상이었다. 세상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수도 없이 발생하고 그건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 였다. 아름답기만 한 세상이 아니기에 모든 이야기가 아름다울 필요는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아이들 역시 알아야했다. 너희가 나아갈 세상이 사실은 아름답지만은 않은 곳이라고 누군가는 말해줘야 했다. 그것을 이 이야기가 대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조금은 씁쓸한 마음으로 오르배 섬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 펼쳐진 어머니의 지도를 만나게 되었다. 세상을 향한 눈이 종이에 펼쳐지고 있었고 그 눈과 나의 눈이 마주하는 순간 이 책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심스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건 그 어떤 편견 없이 이 세상을 바라보고 탐험해야 하고 그걸 나만의 이야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여러 문화를 담은 듯한 이야기들은 그 자체가 여행의 기록이었고 문화 지도였다. 오르배 섬의 오르텔리누스는 또 다른 모험을 떠날 수도, 처형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남긴 지도와 그의 눈으로 확인한 세상을 남겼기에 또 다른 이들의 모험을 유도할 것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누군가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의 이야기는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바위투성이 나라를 지나 키눅타 섬으로 향하며 이 책은 점차 어두워졌다. 그 어떤 결말도 석연치 않았고 두려움만 가득했다. 하지만 오히려 명확치 않은 결말은 계속 되는 모험과 더불어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이야기와 그에 대한 세상이 남았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또 키눅타 섬에서 보여진 식인종의 이야기는 세상에 다양한 문화가 있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정해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기에 석연찮은 이 책이 유달리 무거웠고 커 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이 아름답기만 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럼에도 알아갈만한 곳이라는 걸 알고 다양한 문화가 있지만 사람 사는 곳이기에 결국은 이해의 문제라는 것을 느끼며 자랐으면 좋겠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마침맞았고 추천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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