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2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잠이 들기 전, 사이드 스탠드의 불빛에 의지 해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을 넘긴다. 이 책을 읽다 잠이 들면 신기한 꿈들을 꾸게 될 것만 같다.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이 책장을 따라 넘어온다. 몽글몽글한 기운이 글자를 읽는 눈에서 부터 시작 해 온 몸으로 전이 된다. 기분이 붕 뜨다보면 어느 새 에스메랄다 산에서 부터 인디고 섬까지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 전의 책 『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가 환상적인 서사로 음독의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면, 이 책은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면이 많아서 최대한 많은 상상력을 발휘해 보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얼음나라는 북극 툰드라 지방이 떠오르고 거인섬은 이스터 섬이 연상 된다. 그렇게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들과 연관시키다 보면 이 이야기가 지명만 바꾼 실화인지 정말 허구의 이야기인지 혼동이 되는 순간이 온다. 나는 그 순간이 즐거운 것이다. 어쨌든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 그 곳을 마음껏 상상할 자유는 내게 있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프랑수아 플라스도 같은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장소에 대한 강한 인상 탓에 그 곳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이어갔고 그것이 하나의 매력적인 이야기로 탄생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작가와 나의 시공간이 분리 된 공감은 꽤나 짜릿하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 책으로 남지 않고 하나의 특별한 책이 되어 버린다. '특별'이라는 그 두 단어는 어째서 이렇게 좋은 것일까.

독자를 즐겁게 하는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치는 지난 이야기로의 회귀이다. 이 책 속에서는 지난 책 속에서 찾았던 캉다아 만을 언급한다.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어떻게 활용될 지는 모르겠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이 허구의 세계에 실체감을 더욱 불어 넣는다. 또한 오르배 섬에 대한 언급도 존재한다. 그것이 가장 큰 덩어리이자 허구로 존재하던 오르배 섬을 회자 시키며 그것도 하나의 실재가 된다. 허구 속의 허구가 맞물리는 그 시점에 모든 것이 생기를 띄고 그것을 목격하는 독자는 즐겁기만 하다.

알파벳이 하나씩 지워져 간다. 하나의 알파벳에 흥분하던 어린 시절 나는 이런 기분이었을까. 각자의 알파벳은 사라지고 하나의 큰 이야기가 남는다. 마치 알파벳이 하나의 단어가 되고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문장이 되는 것을 발견하던 그 때의 희열, 그것이 찾아온다.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을 두 권째 보고 있다. 두 권을 읽는 내내 찾아온 것은 환희였고 남은 것은 짜릿한 모험을 한 경험이다. 그러니 나머지 책도 궁금해 지는 것이다. 내 알파벳은 하나씩 더 지워질테고 어쩌면 그것이 아쉽겠지만 완성의 순간은 늘 기다려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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