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바로 그 때, 찢어질 듯 날카로운 여전사들의 고함이 하늘을 찔렀어. 이어 셀 수 없이 많은 화살이 메뚜기 떼처럼 따닥따닥 소리를 내며 사가낙스 족 군사들한테 쏟아졌다네. 여전사들의 화살은 굵은 빗줄기가 되어 갑옷으로 무장한 적들의 가슴팍을 후벼팠어. 방패를 뚫고 몸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지. 쉭쉭 소리를 내며 마치 줄무늬처럼 하늘을 온통 매웠어. 이어 지축을 흔드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화살촉보다 더 날카로운 여전사들의 함성이 허공을 찢어놓았다네. 그 소리는 창과 방패가 부딪히는 소리를 무색케 할 만큼 엄청난 것이었어.

책을 받아들었을 때의 촉감. 적당한 묵직함과 기분좋은 책 등의 느낌.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이라는 설레게 하는 큰 제목. 때론 그런 감정들이 책을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기분 좋게 만드는 그런 첫 느낌에 당장 책을 펴보지 않고는 못 버티게 된다. 적당히 밀고 당기기도 하고 알아볼 시간도 천천히 갖고 나서 깊게 들여다 보는 게 사람과의 관계라면, 책과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마음에 들었다면 그냥 딱 펴고 읽으면 된다. 그리고 미소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그 만남이 꽤나 만족스럽다는 몸의 신호이다.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이라는 이 시리즈의 큰 제목을 봤을 때, 그리고 삽화를 한 장 봤을 때, 어쩌면 그 때 이미 이 책에 빠져든 지도 모르겠다. 어마어마한 상상력이 펼쳐질 것이고 나는 그 속으로 빠질 것이라는 걸 예감이라도 한 듯 그 제목과 삽화 한 장에 이미 매혹되었었다. 그리고 책이 한 장 펴졌을 때 나도 모르게 나는 음독을 즐기고 있었다. 홀로 씌여진 그의 글이 혼자서 소리 없이 읽어 내리는 나의 목소리에 의해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되살아 난다고 하던 다니엘 페낙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이야기가 계속 되는 동안, 나는 아마조네스의 여전사가 되었고, 바일라바이칼의 무당이 되었고, 캉다아 만의 해적이 되었고, 북소리 사막을 건넜다. 그 여정 속에서 지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 수 있다던 오르배 섬의 지리학자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환상적인 그 작은 이야기들 속에서 지혜는 번득였고 그 이야기를 도와주는 그림들 속에서 세상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말의 움직임이 이야기의 움직임 못지 않게 아름답다. 음독을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 한 단어, 한 단어 소리를 내 읽다보면 어느 새 내 목소리가 유포네스의 류트가 된다. 그러니 꼭 소리내 읽어 보자. 이런 책을 만나는 순간엔 늘 읽어 줄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 아쉬워 진다.

A부터 Z까지 24개의 이야기가 6권을 통해 이뤄진다. 각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과 사람들은 작가의 그림으로 다시 한 번 실체를 얻는다. 음악적 언어로 한 번의 실체성을 얻었던 것들이 선과 색을 입어 뚜렷해진다. 그 기분이 마치 영화화 된 해리포터를 보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던 순간과도 비슷하게 다가온다. 이 정도 된다면, 남녀노소 누구에게 소개해도 아깝지 않다. 이 멋진 이야기를 나 혼자 알고 싶은 욕심도 들지만 욕심도 자연과 그것을 존중하는 인간 앞에선 무력하다는 것을 이 이야기들이 말해주지 않았던가. 유포네스의 류트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 이야기는 욕심을 감추고 모두에게 전해주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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