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이 궁금해 - 한국 최초 애니멀커뮤니케이터에게 배우는 동물 교감법
박민철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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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현관문을 열면 하루 종일 집 안에 갇혀 있던 어둠이 밀려 나온다. 그 어둠의 바닥에서 하얀 것들이 소리를 내며 꼬물거린다.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다리를 타고 전해지는 온기. 집에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고 그들과 인사를 나눈다. 나는 나의 방식으로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나는 그들의 말이 왜 이제야 왔느냐는 투정이라는 걸 알고 그들은 내 말이 보고 싶었다는 애정 표현이라는 걸 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날도, 관계에 지친 날도 괜찮을 수 있는 건 집에 돌아가면 언제나 내 편일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눈엔 평범한 고양이 두 마리 일지 몰라도 내겐 특별한 고양이가 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 그것이면 충분한 이 관계는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기도 한다.

『구구는 고양이다グ-グ-だって猫である』 라는 영화가 있다. 13년간 함께 해 오던 고양이 시바가 죽은 후, 큰 슬픔에 빠져있던 주인공의 꿈 속에 예쁜 소녀가 나온다. 그 소녀의 이름도 시바, 그 소녀는 주인공에게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고양이였는지를 말해 준다. 그 장면이 늘 아련하게 기억난다. 나는 내 고양이들도 행복한 고양이로 평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큰 집에서 살지 못해도, 럭셔리한 장난감이 없어도, 우리가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고양이들이었으면 좋겠다. 혹시 아픈 데가 있으면 육식동물이라고 뻐기며 참지말고 바로 알려주고, 혹시 불편한 것이 있으면 투정을 부려도 괜찮다. 나는 내 고양이들이 있어서 정말로 행복하니, 내 고양이들도 내가 있어서 행복하길 그런 욕심을 늘 부린다.

 

그렇기에 한 번이라도 내 고양이들과 눈을 맞추고 진심을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할 거야, 너희도 그럴 거야라는 내 욕심이 담긴 추측이 아니라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럼 어떤 부분이 문제인 건지 알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면 그들의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나는 노력할 수가 있다.

이렇게 특별한 존재를 가진 사람이라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왔을 것이다. <TV 동물농장>에 나온 하이디를 통해 대중들에게 조금 더 알려진 이 직업은 동물과의 교감을 한다. 마치 제인구달처럼 동물들의 눈을 보고 그들의 마음을 읽어서 그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믿기 힘든 이야기겠지만, 한번쯤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 책에서는 초보자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교감법을 알려준다.

눈을 감고 나의 심장박동을 그들에게 전달하며,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내게 오게끔 하는 교감은 영화 『아바타』에서 봤음 직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닫는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제대로 된 교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바람이 만들어 낸 감정들이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 그들과 심장박동을 맞추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알려주기에 이 책에서 전하는 교감의 방법이 옳다 그르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미, 이 책은 그런 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피터 게더스의 『파리의 간 고양이』 3부작에서 노튼은 결국 하늘나라로 돌아간다. 그 과정이 너무 슬프고, 언젠가 내게도 찾아 올 이별이기에 가슴이 아프지만 그럼에도 노튼이 행복한 삶을 살았음을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건 노튼이 보여주는 피터와 비슷한 생활 패턴들과 피터가 갖는 노튼에 대한 절대 신뢰에서 시작 된다. 아마 그들은 공감의 방법을 몰랐지만 서로 소통했을 것이고 서로에 대해 완벽히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내 고양이 롤리팝과 리온이도 점점 나와 닮아간다. 예민하고 신경질 적인 부분은 롤리팝이, 모든 걸 방관하고 조금 불편해도 참을 수 있는 만큼은 참아보는 건 리온이가 닮아가고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나는 조금씩 안도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갖는 신뢰의 깊이가 깊어지고 있음을 혼자만의 생각일지 몰라도 가져본다.

책을 덮고,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이번엔 그들의 심장에 양 손을 얹고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한다. 너희는 날 선택하지 않았지만 내 선택을 믿어준 것에 대해 나는 늘 고맙고, 어쩌면 너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너희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우리 깊고 뜨겁게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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