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 - 화가 이경미 성장 에세이
이경미 글.그림 / 샘터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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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사람을 휘어잡는 책들이 있다. 나는 그런 책들이 마음에 든다. 비록 책을 폈을 때, 그 내용이 제목이 줬던 느낌을 따라잡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구매자의 마음을 끌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상품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자료 혹은 관심사에 의해 책을 구매했다면, 내용이 충족되지 않는 것에 분노하겠지만, 잠시 마음을 쉬려 읽을 책을 구매했다면 제목 자체에 끌렸다면 이미 그 자체에서 공감하고 치유받은 것이다.

고양이를 키워본, 혹은 키우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확신은 공감으로 이어진다. 창문 틀에 도도하게 꼬리를 틀고 앉아 창문 밖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를 침대 맡에서 오도카니 바라보고 있자면 우리는, 결국, 혼자, 라는 생각이 낯설게 다가온다. 별 거 아닌,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 왠지 처음 안 사실처럼 다가올 때의 순간과 공간과 그걸 함께하는 고양이가 애틋해진다. 제목에서 이미 그것을 공감해 버린다.

작가에게 있어 그림이란 주변인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했다. 사람에 국한하지 말자. 작가는 그림으로 주변인과 고양이의 마음을 얻는다. 그녀의 그림 속에 항상 들어가 있는 고양이들, 그들은 그녀의 그림을 통해 영생을 얻고 인간과의 진정한 소통을 시작한다. 자신을 애정한 주인과의 소통을 넘어 세상의 모두와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림을 넘어 자신의 이야기로서 소통을 시작한다. 그래서 제목과는 달리 고양이 이야기가 많지 않아도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 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그림을 떠올리면, 그것이 바로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추억과 마주하는 일이 된다. 이런 소소한 감성들이 글로 풀어져 가고 있는 책의 지면 한 장, 한 장이 참으로 고양이스럽다. 즉, 온전하다는 이야기다.

사소함 속에 우주가 있다, 라는 작가의 말이 책 한 권을 다 넘기도록 페이지를 옮겨다니며 따라온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풀어놓으며, 그 사소한 일상 속에 자신의 예술관과 자신의 인생관과 더불어 자신의 소통방식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결국 개인의 우주가 된다. 그리고 그 우주 안에 떠돌아 다니는 고양이, 그것을 떠올렸기에 우주복을 입고 있는 고양이가 있는 그녀의 그림이 나의 페이보릿이 되고야 만다.

그녀의 우주를 구경하는 사이, 파란 눈의 하얀 고양이가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초록 눈의 우아한 러플을 가진 고양이는 내 무릎에 누워 만족의 소리로 나를 유혹한다. 문득, 나는 고양이처럼 혼자이고 고양이와 함께라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나의 작은 우주가 되고, 우리의 큰 우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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