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만으로 살아보기 -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본 한 남자의 유쾌한 체험기
데이브 브루노 지음, 이수정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 이미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100개의 물건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면 나는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은 시작되고 있었다. 맞다, 우리는 너무 많은 물건에 둘러쌓여 있다. 그럼에도 계속 무언가를 원하고 필요하다고 여기고 구입하고 있다. 그런 현실이 제목에서부터 자각되었다. 책을 넘기며, 책 속 삽화에 계속 피식피식 웃게 되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후로 이렇게 고양이가 등장하는 그림에는 약해지고 만다. 첫 삽화가 고양이라니, 이미 이 책에 매료될 것임을 알고 말았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려고 하면서도 책 앞에서는 꽤나 냉정해져서 작은 어휘나 사고 하나하나에도 트집잡기 일수인 터라 자꾸 트집을 잡아냈다. 예를 들어 가족들의 공동물건은 나의 소유물로 치지 않는다는 규칙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결국 100개만으로 사는 게 아닌 거라고 깐족댔다. 하지만 그런 깐족에는 제목만 보고 내 리스트를 뽑았을 때 10개 정도의 품목이 우리 고양이들을 위한 것으로 채워졌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결국 나는 리스트에 넣었는데 당신은 왜 안 넣어, 라는 어린 투정일 뿐이었다. 그 투정이 성립하려면 나 역시 이런 삶을 살아봐야 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럴 의지가 전혀 없으니 투정은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괜찮은 직장에서 괜찮은 연봉을 받고 괜찮은 동네에서 괜찮은 집을 구해 살고 있지만 여전히 행복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물건들에 둘러 쌓여서 살면서도 그 물건들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성향 탓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저자는 어느 날 깨닫는다. 아주 간단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순간 놓치고 마는 뷰파인더가 제거 된 세상의 행복 등이 우리에겐 사라지는 것이다. 아직 아이를 키우진 않지만, 나의 고양이들과 함께 하며 느끼는 행복감은 그들이 재롱이나 장기를 보여줄 때마다 카메라를 찾고 렌즈를 그들에게 들이댐으로서 그 아주 짧은 순간을 날린 기억을 떠올리면 이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런 경험 끝에 100개만 소유하는 일을 1년간 실행하고 그것을 블로그에 연재하기로 한 저자의 도전은 유쾌하면서도 신선했다. 물론 그런 도전들이 모두에게 찬성을 이끌 수는 없는 일이다. 모두가 저마다의 기준에서 살아가는 세계에서는 자신의 소비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이런 역발상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함께 도전할 생각이 없는 가족의 입장에서도 그의 이런 행동들이 미치는 영향에 그간의 습관들이 뒤틀려버리는 불편함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해 보기로 했다. 분명 물건보다 중요한 것이 삶에는 있을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깨닫는다. 물건을 구경하고 욕심내는 시간이 가족과의 대화 시간으로 바뀌고 쇼핑이 줄어들며 가계는 더 단단해졌다. 그간의 욕심은 너무도 부질없는 것이었다. 저자는 100개를 최소 리스트로 뽑고 생활을 시작했지만 1년 후 그는 자신은 14개만으로도 살기 충분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우리라고 다를까.

많은 상품들 속에서 우리는 불행해진다. 이것을 갖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고 그 패배감을 없애기 위해선 날마다 상품을 업그레이드 해 주어야 한다. 단순한 물건 구입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온라인에 다양한 정보를 축적함에 따라 맛집 탐험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좋은 공연 등을 관람하는 것도 문화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데 꼭 필요한 일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들이 우리에게서 빼앗는 것들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건강한 식품을 가지고 음식을 하는 즐거움, 그리고 그런 음식을 나눠 먹는 즐거움, 비싼 공연 대신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갖는 법 등 너무 많은 소소한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임을 우리는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가 모르는 새 사라지는 그런 즐거움들을 더 많은 물건으로 채우려고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우리의 불편한 현실을 이 책은 너무도 유쾌하게 짚어준다. 그 유쾌함 속에 우리의 오류가 숨어 있었고 우리의 잘못들을 반성할 기회가 제공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더 유익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우리의 소비행태가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 책이 갖는 오류 중의 하나는 어쨌든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읽기 위해 또 하나의 상품을 구매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행동은 쉽게 변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단 하나의 생활 속 잘못을 발견했다는 데에 큰 의의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주는 것은 딱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