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돼지가 사는 공장 - 공장식 축산업 너머의 삶과 좋은 먹거리를 찾아서
니콜렛 한 니먼 지음, 황미영 옮김 / 수이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아마 내 고양이들이 아니었다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TV 동물농장에서 방영한 모피 동물들의 불편한 진실을 볼 때, 내 고양이들이 내 무릎 위에 누워 골골 거리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심각하게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있었고, 그 끔찍한 장면들을 마주하며 내 아이들을 아끼는 만큼 모든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날 이후로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모피를 반대하는 사람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 하나의 각성으로는 부족했다. 난 모피반대자였지만, 내 주변엔 밍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었고 난 그들의 취향까지는 비난하지는 않았다. 내가 그들의 행위를 비난한다 한들,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저 눈을 감았다. 그러다 또 한 번 몸이 떨리는 시간이 찾아왔다. 이 책을 펴기 시작했을 때부터 덮을 때까지 그 끔찍함에 살이 떨렸다. 하지만 끝까지 봐야만 했다.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번이라도 동물과 교감을 해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그들이 살아있다는 자각, 우리처럼 뜨거운 피와 감정을 가진 생명체라는 인식, 그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처참함을 그냥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양 팔을 옆으로 쭉 뻗으면 양 벽이 손에 닿는 그 정도 넓이의 방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만 간신히 움직이고, 넣어주는 밥을 먹으며, 그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게 1주일이라도 우린 버틸 수 있을까? 그렇게 평생을 사는 생명체가 있다. 그렇게 살다 자신들의 살코기를 인간에게 내어준다. 그것이 바로 공장식 축산업체에서 태어나 죽음을 맞이하는 돼지들의 삶이다. 돼지들의 본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진흙 목욕, 그것이 무엇인지도 이 돼지들은 알지 못한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태어나 좁은 공간에서 오로지 먹기만 하며 기형적으로 살을 불린 후, 5개월 정도가 지나면 도살 당한다. 그리고 인간의 배 속으로, 위 속으로 들어간다. 생명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음식물로 살고 죽는 셈이다. 이건 비록 돼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닭, 소, 물고기 등 인간이 먹는 단백질을 제공하는 많은 동물들이 이렇게 살고 죽고 있다. 가까운 예로 세계 3대 진미에 푸아그라가 꼽히기 시작하며 거위들이 어떻게 죽고 살고 있는지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상세히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두를 외면하려 한다. 그것들을 보면 먹지 못할 것 같은데, 그 맛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런 윤리는 정당한 것일까?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이런 공장형 축산에 대한 논의는 다시 한 번 붉어졌다. 그 때의 결론을 기억한다. 우리나라처럼 영토가 작은 나라에서 공장형 축산이 아니라 방생형 축산으로 전환이 된다면 우리가 먹는 달걀, 고기는 지금의 20%로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격은 천차만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우리의 현실에서 공장형 축산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옳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그런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도적인 사육과 채식을 권하게 되는 까닭은 이런 공장형 축산이 결국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가의 배를 불리는 결과만 가져오는 이런 행위들은 토양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인간의 건강마저 해롭게 만든다. 틱닛한 스님의 <화>라는 책에서는 이런 고기들을 먹으면 그 고기의 스트레스나 화가 사람에게 전해져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렇기에 이런 모든 실상을 알려주는 이 책이 지금의 우리에겐 꼭 필요하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채식주의자임을 미리 밝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우리에게 채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며, 채식이 공장형 축산을 막는 유일한 방안이 아님을 그녀는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 역시도 여전히 육식을 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줄여보려는 노력은 가능할 것 같다. 필요한 만큼의 단백질만 섭취하고, 조금 비싸더라도 제대로 사육되고 유통 된 음식을 섭취하려는 노력, 그것은 나를 위한 것임과 동시에 나와 함께 살아가고 함께 공감하는 나의 고양이들과 그들의 친구들을 위한 길이기도 할 것이다.
http://www.fromcare.org
- 동물사랑실천 협회의 홈페이지.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들의 이야기와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 등이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