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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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점이다. 내가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는 이유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을 특별한 관찰 거리로 만들어 내는 점. 그리고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늘 진지한 사유가 남는다. 그것들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것. 즉,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철학적 관점 혹은 사회적인 관점에서 어려운 용어들로 말하던 것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이야기 하는 것은 분명 알랭 드 보통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그의 시선과 언어, 그리고 유머는 늘 깨어있고 사람을 유쾌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알랭 드 보통의 그런 매력에 빠져들었다.

소위 잘 나가는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급여에 대한 만족도와 그런 급여가 요구하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법정 휴일도 제대로 쉴 수가 없으며, 법정 근로시간도 지킬 수가 없으며, 정확하게 자신이 하고 싶던 일도 아니었지만 그것을 포기하는 대가로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왠지 그는 만족하는 것 같지 않았다. 입사한 지 7년 정도가 되었을 뿐인데, 현재 회사 내에 그의 입사동기는 1명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그와 그의 동기 역시 언제 끝을 보게 될 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가 받는 급여의 1/3도 받지 못하고, 역시 법정 근로시간도 지키지 못하는 나는 그럼에도 내 일이 좋다. 앞으로 계속 더 잘 하고 싶다. 급여나 복지에 관한 만족도는 그가 높았을지언정, 일에 대한 만족감은 그보다 내가 월등히 높았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와 나의 공통점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이 일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하고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이런 물음을 가진 현대인들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직업이 제공하는 사회적 의미와 개인적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 알랭 드 보통은 그의 특기를 발휘한다. 그가 그동안 주시했던 사랑이나 종교적인 문제보다는 훨씬 더 관찰하기 까다로웠음은 틀린없다. 하지만 그는 용이주도하게 사람들을 만나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자신이 택한 직업군의 가장 핵심까지 들여다 본다. 다른 소재를 관찰할 때처럼 그는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하는 일들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들여다보며 그 본질에 다가간다. 마트에 물건이 들어오기까지의 물류 과정, 하나의 비스킷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 이 책의 소재가 되기도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대하는 현대인의 고충을 상담을 통해 해결해주는 직업 상담가 등 책 속에 소개 되는 직업은 독특하기도 하고 평범하기도 하다. 즉, 이 책 속에 소개되는 몇몇 직업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직종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일터를 제공해주는 직종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어떤 직업들은 독특하면서 평범한 것들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나 모두가 가질 수 없는 로켓 공학자나 회계사라는 직업은 또 이런 점에서 평범하나 독특한 직업이 된다. 그런 직업군들의 핵심을 들여다보는 알랭 드 보통의 시선을 통해 우리 역시 특정 직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의 우위는 없고, 만족도 역시 특정 직업에서 높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행복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것일 것이다. 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귀천의 기준에 어쩔 수 없이 신경쓰게 되고, 그 신경이 남의 이목마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기준이 되고, 그 기준에 따라가지 못하면 다시 불행해지고, 따라간다 하더라도 자신이 원했던 것이 이런 것이 아니라는 늦은 자각이 다른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것. 그래서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이, 그리고 중년과 노년들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늦게나마 진짜로 원하는 일을 찾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알랭 드 보통은 늘 이렇게 어렵지 않은 서술로 아주 어려운 문제들을 독자 개개인이 해결해 보도록 한다. 그렇다면 알랭 드 보통에겐 이런 직업을 갖게 해 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하다. 독서 상담가, 혹은 난문을 이문으로 바꾸는 전문가, 더 쉽게 말하면 입담꾼, 물론 그가 마음에 들어할 지 들어하지 않을 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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