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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프다 - 김영미 세계 분쟁 전문 PD의 휴먼 다큐 에세이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연달아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들으면 들을 수록 이 나라의 실정은 가슴을 메이게 한다. 우리는 같은 작은 별에 살면서 하나의 해와 달을 공유하며 살고 있는데, 그들의 삶은 나의 삶과 너무 다르게 진행된다. 그것이 미안하고, 그것에 아프다. 바로 전에 읽은 책이 아프가니스탄 사람에 의해 그들의 삶을 낱낱히 보여주는 실화였다면 이 책은 제 3자의 시선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실정을 보여준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될 수 없음에 우리의 시선은 어쨌든 제 3자의 입장으로 머물 수 밖에 없고 그럼에 이 책은 더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저자는 다큐멘터리가 너무 좋다고 말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녀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도구로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이렇게 뜨겁게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기에 그녀는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중요하지 않다. 그곳이 지금 한 사람의 목숨은 쉽게 날아가는 위험한 곳이건, 돌이 씹히는 빵을 먹어야 할 정도로 척박한 곳이건 그런 것은 아주 작은 문제일 뿐이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그 곳에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며 그들의 아픔을 지나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그녀는 그들을 위해 돈을 빌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피로에 쓰러지면서도 다시 그들을 찾는다. 그들이 아픈만큼 자신도 아프지만 모른 척 돌아서는 것은 자신의 병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세상에 전달한다. 자신이 전달하는 그들의 삶이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기원하기를 그녀는 바라고 있다. 사실 전쟁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아무 상관없는, 단지 그 곳에 살고 있는 것이 죄가 되는 사람들일 뿐이고 그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그들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소수의 지배계층이다. 하지만 그 피해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어서, 자신들의 아픔을 제대로 알릴 수 없어서 다시 한 번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 저자는 그 두번재 피해만큼은 막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진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두 나라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 저자가 그곳으로 떠나는 이유를 파악하는 것은 충분하다. 저자가 보여주는 그들의 진실한 삶은 전쟁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수 많은 슬픔과 아픔을 알 수 있게 해 주며 그들은 우리와 다를 것 하나 없는 소소한 행복을 바라는 사람임을 알게 한다. 그러며 묻게 된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보장 된 평화 속에서 살고 있기에 그들의 아픔에 눈을 감는다는 것인지. 한 핏줄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세상은 넓다지만 넓게 볼 것도 없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리는 위협받고 있다. 그 뿐인가? 그곳까지 가지 않아도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수많은 지배세력이 보이기도 한다. 그것들이 커질 때, 우리 역시 그들과 같은 슬픔과 아픔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은 단 하나, 모두가 전쟁이 주는 시림을 제대로 깨닫고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의 시작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이 돌아가는 진실을 파악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이 책의 목적은 그것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