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가드닝 - 우리는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
리처드 레이놀즈 지음, 여상훈 옮김 / 들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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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게릴라'의 의미에 주목해 보자.

게릴라(Guerrilla)

비정규 전투행동 자체를 게릴라전이라고도 하며, 그 전투행위를 감행한 자가 정규군이건 아니건 상관이 없다. ‘게릴라’는 에스파냐어(語)로 ‘소규모 전투’를 뜻하는 말로서,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원정했을 때, 스페인 사람들의 무장저항을 게릴라라고 부른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게릴라는 보통 조직적인 지휘·통신·보급·위생 등의 기관은 없고, 단독 또는 소부대의 행동에 의해 적을 기습하여 전과를 거두고, 신속하게 빠져나와 일반 민중 속에 숨어서 반격을 피한다. 따라서 적의 후방이 주요 활동무대가 되며, 경비가 허술한 기지, 병기·연료·탄약 등 물자를 저장한 곳, 교통의 요지, 통신소 등이 주요 공격목표가 된다. 게릴라는 그 지방 주민들의 지원을 받는 일이 활동의 전제가 되며, 주민들의 지원 없이는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가 없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주요한 게릴라 활동의 예로는 그리스의 내전과 베트남 전쟁 등이 있다.

이런 의미의 '게릴라'라는 말에 원예를 뜻하는 '가드닝'이 만났다. 쉽게 느낌이 오지 않는 부분이다. 부제로 달려있는 '우리는 총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를 봐도 마찬가지다. 빵만 필요한 게 아니라 장미도 필요하다는 투쟁인 것인지, 평화 반대 운동인 것인지. 어쨌든 흥미가 생기는 부분이다. 이런 흥미가 생겼다면 이 책의 내용들이 더 신선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게릴라 가드너들의 움직임은 「Banksy Wall and Piece」에서 보여지는 뱅크시의 거리 예술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갤러리를 거리로 가져와 부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그림을 모든 사람의 소유로 만들자는 뜻을 가진 뱅크시의 그래피티는 불법임에 틀림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

게릴라 가드너들의 움직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공유지에 꽃을 심고 작물을 가꾼다. 물론 이것들도 불법이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다. 그 뿐인가? 식물은 어떤 사람에게나 마음의 안정을 주는 법이다. 바위 틈에 피어나는 작은 들꽃에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아스팔트 틈에서 자라난 풀에서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볼 수 있듯 공유지에 피어나는 꽃들은 그것을 보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이 된다. 그렇게 그들의 움직임은 세상에 큰 메시지를 전달하고 의미를 남긴다.

물론 모든 게릴라 가드너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에는 개인적인 삶의 영위를 위해 공유지를 점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공유지에 작물을 심어 직접 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이렇게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그들의 움직임 탓에 많은 국가 공유지들이 지역의 주민들에게 개방되었고 나눠지기도 했다. 게릴라 가드너들이란 이렇게 불법적인 움직임을 하는 테러리스트들이 아니라 더 살기 좋은 세계를 위해 먼저 들고 일어선 정의의 게릴라 부대일 뿐이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이 된다고 한들, 지속 가능한 삶의 모델이 된다고 한들, 이 모든 활동이 불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게릴라 가드너들은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냈다. 자신들이 씨앗을 심고 꽃을 피우는 공유지를 둘러싸고 있는 주민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스스로 상업적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것을 경계한다. 자신들이 정확한 활동을 제시해야 그것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세계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공유지를 자신들의 돈과 노력으로 가꾼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사회 봉사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과 아름다움을 나누고, 각종 현대식 물물들로 가득한 회색 도시에 한 줄기 자연을 선사하는 것, 그것은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이 순간도 어디에선가 거리를 향해 총 모양의 씨앗 더미를 뿌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꽃들이 자라는 것을 자신들의, 그리고 우리의 미래가 자라는 것처럼 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볼 때마다 우리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것이다. 나도 그들의 움직임에 지지를 보내며, 막 피어나는 봄의 움직임에 맞춰 작은 씨앗 봉지들을 가방에 품을 것같은 생각이 든다.

게릴라 가드너 리처드 레이놀즈의 홈페이지 _ http://www.GuerrillaGarden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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