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2010 제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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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의 시간은 어떻게든, 결국, 오고야만다. 왜 그리 게으름은 핀 것이냐며 자신을 타박한다. 결국 남은 것은 텅 비어버린 머리와 마음, 그리고 지난 시간 뿐이 아니냐며 자신을 꾸짖는다. 요즘 나는 다시 소설 앞에서 작아지고 있다. 등단 10년 미만의 작가에게 수여한다는 문학동네의 젊은 작가상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문예지를 잘 챙겨보지 못하니 이것으로 좋은 작가를 만날 수 있겠다며 반가웠던 나는 과연 정말 존재했었던 것일까 싶게도 이제야 2010년 젊은 작가상 수상집을 읽고 말았다. 그리고 반성의 시간을 겸허하게 맞이해야 했다.

     애정이 깊은 김중혁 작가와 편혜영 작가의 글을 빼놓고라도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 눈과 정신이 호사로워졌다. 일곱 작가들이 세상에 내 놓은 모든 이야기들은 그들의 재능이 부러워서, 세상을 향한 그들의 눈이 탐이 나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들었다. 한 편의 단편을 읽을 때마다, 해당 작가가 쓴 책들을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는 일이 반복되었다. 조금만 부지런했다면, 아니 평정심을 잃지 않고 살았다면 이미 만나고 자극받고 두근거릴 수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후회는 소용없다. 난 이제 이들의 글들을 기다리게 될 것이고 놓치고 싶지 않다.

    김중혁 작가와 편혜영 작가에 대해선 다른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김중혁 작가의 상상력엔 늘 무한한 감탄을 하게 되고, 편혜영 작가의 단편들에선 늘 아득해진다. 이 작가의 끝을 도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편혜영 작가의 글을 읽을 때면 언젠가 보았던 그녀의 패션화보가 떠오른다. 패션화보를 보면서 모델이 가진 텍스트가 보이는 것 같은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이 작가는 늘 이렇게 신기하다. 무성한 소문(?)으로 만날 날을 기약만 하던 배명훈 작가의 글도 처음 읽게 되었다. 두근거렸다. 넓은 우주 속에서 폭발했을 그 인공존재가 눈 앞에 살아났다. 이장욱 작가의 <변희봉>과 정소현 작가의 <돌아오다>는 단 한 편으로 작가의 이름을 머리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특히 아직 단 한권의 책도 낸 적이 없는 정소현 작가는 이 단편으로 본인이 가지고 있을 서사적 힘을 자랑하기 충분했다. 이러면 정말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김미월 작가의 <중국어 수업>을 읽었을 때는 소재의 느낌 탓인지 천운영 작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역시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모 인터넷 서점 문학 MD가 2011년의 좋은 소설로 추천했던 김성중 작가의 <개그맨>은 그 기대의 근원을 알 수 밖에 없게 했다. 19년의 시간을 짧은 글에 담아낸 솜씨는 뒤의 심사위원이 말한 대로 조밀하지 않아 더 매력적이다. 독자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글의 힘. 나는 이것들에 늘 흥분된다.

     나를 설레게 하고 묘한 희열을 이끄는 글들이 있다. 그 글들 앞에서 난 늘 무자비하게 무너지고 만다. 놓았던 책들에 다시 손이 가고, 또 다른 책들을 잡게 만든다. 그런 귿들을 한 권으로 모아 놓은 이 책이 내겐 인공존재와도 같았다. 문예지들에서 멀어졌고, 수상작품집들에서 멀어졌고, 이젠 책에서도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런 내 손목이 잡히고 다시 글들은 나를 잡아 끌었다. 멋진 끌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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