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의 도시 - 제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윤애순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문학동네 작가상, 소설상을 수상한 작품 중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어보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감이 떨어진 탓이었다. 자신감이 떨어졌다면,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더 미쳐보면 될 일을, 무기력해진 나는 시간 탓과 체력 탓을 하며 점점 게을러지고만 있었다.

     낯선 작가, 낯선 제목의 소설이 14년 전, 그러니까 내가 16살 무렵에 나왔다. 그 때 16살이었던 나는, 몇몇 사건들에 의해 책과 조금은 거리를 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엔 멋진 가수들이 등장하여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퍼포먼스와 비주얼로 소녀들의 혼을 빼고 있었고, 그들의 손짓 하나에 열광하던 소녀 무리엔 나도 있었다. 아니, 그 당시에 책을 읽었다 한들 아마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 당시엔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지난 시간에 후회는 잘 하지 않지만,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내게 내가 읽으면 좋겠을 책 리스트를 꼭 전달하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단단할까?

     김광석, 유재하의 노래들은 지금 들어도 좋지만, 현대의 요란한 사운드에 비하면 어딘가 조금 옛스러움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린 그 노래들을 곱씹는다. 그들의 목소리가 가진 힘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감성 때문에, 그리고 흘러간 지난 시간이 노래에 묻어 더 진해진 그 느낌 때문에. 아마 이 책의 맛도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요즘 소설책에 비하면 표현이나 문체가 조금은 촌스럽지만, 그래도 존재와 소멸의 변하지 않는 문학적 코드가 있었고 등장인물간의 대비와 동질감이 짙게 묘사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이 책의 배경인 캄보디아의 시대상이 정점을 찍는데, 14년이란 시간은 한 책을 조금 빛바라게 만들고 그 속 문체들을 촌스러운 것으로 만들기 충분했지만 인간을 변하게 하는데, 한 사회를 변동시키는 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을 뼈 저리게 깨닫게 한다. 어쩌면 이 책은 그 때보다 지금의 내가 읽어서 다행일 수도 있겠다.

     여러 인물들과 사회상의 대비로 묘사되는 이 글의 맛은 다채롭다. 작가의 최근 글도 읽어보고 싶지만, 테마 소설집을 제외하곤 이 책 이후로 작가가 발표한 글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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