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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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때론 '-답다.' 라는 표현을 이용한다. "아, 그거 참 그 사람 답네." "참 너다운 짓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답다 라는 표현에는 실체가 없다. 나다운 게 뭔데? 그 사람 다운 게 뭔데? 하면 제대로 표현할 방법은 없다. 마치 어느 선전의 "아, 이게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 같은 정도랄까? 그래도 그 선전은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는 구체적인 상품이 있어 '산수유=남자한테 좋음'이라는 공식이라도 낼 수 있지만 사람에겐 그것조차 안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내 책꽂이를 들여다보며 참 너답다 라고 말을 한다고 해서 '책꽂이=앨리스'라는 공식은 나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난 이 책을 보자마자 '참 김중혁 작가 답다'는 말을 했다. 제목이며, 표지까지,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김중혁이었다. 마치 윤종신의 노래를 듣고있자면 그 노래를 그가 부른 것임을 몰라도 '안녕하세요, 나 윤종신이에요.' 라는 말을 듣게 되듯이.

     비유가 너무 길어졌나보다. 어쨌든 그렇게 참 김중혁다운 책을 펼치면 정말 김중혁 작가가 말을 건다. "처음 뵙겠습니다. 자, 이제 슬슬 서로에 대해 알아볼까요?"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다고 하자 누군가 어떻냐고 물었고, 나는 김중혁 작가와 선을 보고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소개팅이 아니라 선이다. 집안의 소개로 결혼을 목적으로 만나 서로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 하는 대화. "취미는 무엇이세요?" "아, 전 쓸데없는 발명을 공상하곤 한답니다." "아, 네..." "주말엔 주로 뭘 하세요?" "전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죠." 문제는 그런 시시콜콜한 사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 사람에게 홀딱 빠져버린다는 데에 있다. 자신이 게으르며, 쓸데 없는 짓을 잘 하는 것을 인정하고, 잡다한 특기가 많다는 것을 들으며 '아, 이런 남자보단 성실하게 한 가정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해.'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매력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으니 '옴므파탈'이란 이런 말빨을 두고 생긴 단어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 작가에 반해 그의 사적이며 공적인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래, 뭐 있어? 그냥 빠져보는 거지 뭐. 그럼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도 되겠지란 말이 내 입에서도 그저 툭 하고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이 나왔다면 이제 어쩔 수 없다. 그와의 다음 약속을 기대하듯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리고 또 기다기로 또 기다리는 수 밖에.

 

+ 난 특히 김중혁 작가와 의외의 공통점이 좀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정말 얼굴이 발그레질 수 밖에 없었다. (설레기도 했고 치부를 들킨 것 같기도 했고.) 자, 이쯤에서 김중혁 작가의 친구 김연수님께 경고! 빨리 신간을 내놓지 않으면 내 완소 작가 1순위를 김중혁 작가에게 주어버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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