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고양이
메이 사튼 지음, 조동섭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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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고양이가 무서워 길거리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던 내가 지금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지지고 볶고 살고 있으니 인생은 정말 불확실의 연속이긴 한 모양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친구의 말처럼 내 인생은 뼛 속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기분이다. 게으름의 아이콘이었던 내가 녀석들을 위해 부지런해지고, 녀석들이 보고 싶어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려 하고, 주말엔 녀석들과 함께 햇살 아래서 낮잠을 자는 것이 가장 달콤해졌다. 그렇게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난 고정관념의 무서움에 대해, 또 무지의 두려움에 관해 종종 생각해 보곤한다. 내가 갖고 있던 그들에 대한 두려움은 예로부터 있었던 고양이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기도 했고, 내가 그들의 삶에 대해 알고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 그 고정관념과 무관심에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것을 더해 고양이들을 무자비하게 학대하고 개채수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살해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끔찍해진다.<고양이 문화사>란 책에 따르면, 고양이과의 동물들이 그렇듯, 야생 그대로의 고양이는 맹수였으나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스스로 변화한 종이다. 그렇게 스스로 우리에게 다가온 그 동물을 우린 마치 우리가 생태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듯, 무자비한 폭력을 그들에게 퍼붓고 있다. 물론 어떤 것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의 몫이고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그들에 대해 알아보려 노력을 해 본다면, 우리 눈 앞에 씌여있는 고정관념을 조금 벗기려 해 본다면, 그냥 단순히 그들을 미워하고 없애려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마음에 난 요즘 끊임없이 고양이에 관련 된 책을 읽고 있다. 나와 함께 사는 그 '털북숭이 인간'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더 나아가 함께 숨 쉬는 법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

 

고양이 이야기의 고전으로도 꼽히는 이 책은 그런 방법을 생각해 보기 앞서 읽어보면 좋은 이야기를 담고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소리내어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여진만큼 따뜻하고 순수하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고양이의 입장에서 사람을 보는 시선의 흐름을 제공한다. 물론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가정부를 선택하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준다는 이 털북숭이 인간 '톰 존스'가 다소 거북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그러하듯, 세상의 모든 관계맺음은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적인 것이라는 것, 그리고 서로의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그의 그런 발언이 그와 함께 한 두 사람의 배려도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소소한 깨달음이 바로 이 책의 즐거움이자 이 책이 주는 따뜻한 감성의 근원이 된다.

 

생명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어찌해 보겠다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이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사람에게 와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털북숭이 인간'이 되었듯 우리 역시 사랑받고 존중받기에 하나의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톰 존스가 우리에게 주는 그런 따뜻한 메시지를 들으며, 이젠 고양이가 불길하고 요망스런 것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하나의 생명들이라는 인식을 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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