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역열차 - 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니시무라 겐타 지음, 양억관 옮김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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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작가의 이력따윈 아무래도 좋은 지도 모르겠다. 아무 정보 없이 책을 폈고 글을 읽어나가며 왠지 서글프고 왠지 애잔하면서도 서툰 흔적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어는 거칠었고 날 것 그대로인 것 같았다. 겐타와 간타, 작가의 이름과 책 속 주인공의 이름의 유사함에 피식 웃으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그냥 주인공이 살아 날뛰는 것마냥 나도 살아 날뛰며 읽었다. 그리고 뒤에 수록 된 또 하나의 글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를 보며 겐타와 간타의 만남인가, 하고 중얼거렸다. 제목에선 왠지 근대 일본문학의 느낌도 났다. 책을 덮은 후,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자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렇게 날 것 그대로의 언어를 쓸 수 있었던 까닭과 그런 언어에 환호했던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공되지 않아 더 애잔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누군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만 누군가는 똥을 밟고 태어나기도 한다. 출생은 '랜덤'이고 그 까닭에 누군가의 삶은 질척인다. 그 질척임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늪의 느낌이다. 세상의 눈총과 무게가 발을 꼭 부여잡고 쉽게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한 두번 애써본 들 떨어지지 않는 그것에 더 이상 애써 볼 힘도 남아있지 않지만, 세상은 그것마저 '본인의 무능함'이라고 치부해 버리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한다 한 들, 누구나 마음 속에 하나의 꿈은 살아있는 것이다. 어두운 삶,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처절함 속에서도 뒷주머니에 꽂혀있던 후지사와 세이조의 사소설 한 권처럼, 그 꿈 때문에 이 질척거림도 삶의 이유가 된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이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경험한 지옥같은 현실도, 다른 누군가의 그것보단 더 나을 수 있는 것이고 어쨋든 꿈이란 것을 갖고 있는 한 모두는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꿈이 한 번쯤은 반짝 할 그 시기가 오고야 말테니까. 그 시간이 온다면, 그 땐 그랬었다며 그 시절을 애잔하게 기억하며 술 한잔 가볍게 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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