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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ㅣ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연일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한 가수는 1인시위 끝에 삭발을 하며 눈물을 보였고, 한 배우는 노조의 농성을 돕다 경찰에 연행되었고, 어떤 이는 반년 가량 감옥의 독방보다 좁은 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가진 자들이 말한 언어의 철회 뿐만은 아니다. 그들의 진정성은 노동자들을 일하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사람으로 봐 달라는 처절한 외침에서 나온다.
역사란 결국 승자들의 기록이기에 그것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는 내가 어느 순간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안 후 그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게 되었다. 역사의 아픔들은 대게 아직도 끝나지 않고 번복되고 있었고 지금의 우리 사회의 아픔으로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했다. 이 책이 유난히 가슴이 아프고 감동적이었던 것도 그런 이유 탓이었다. 소설의 배경은 20세기 초반 미국이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이기도 했다. 생계를 꾸려가기도 힘들 정도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임금은 겉으로 들어 난 그들의 이유였고, 인권을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진정성이었다. 청소년문학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진실이고 사건의 기록이다.
세상은 파업의 목소리로 들끓는다.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온 이주자들에게 현실은 고통이고 참혹하다. 최소한의 생계도 보장받지 못하는 임금은 부익부빈익빈의 뜻을 이론이 아니라 현실로 받아들이게 한다. 만들어진 신화 속에서 그들도 한 때 우리와 똑같은 노동자였다고 외치지만 만약 그들이 이 삶을 경험했다면 지금 그들이 이럴 수는 없다. 그것이 우리의 믿음이고 신념이다. 영어 한 마디 할 줄 모르고, 쓸 줄은 더더욱 모르기 때문에 파업은 그들과 먼 이야기 같지만 진심의 목소리가 모아진다면 반드시 통하리라는 그 말을 믿는다. 어른들의 전쟁에 피해를 입는 것은 아이들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잠시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말하는 진심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빵'이 아닌 '장미'도 있었기에, 누군가 그 장미에 물을 떨어트리는 순간 피어나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열심히 일 하면 잘 살 게 될 것이라 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부모님께 몇 백이 넘는 등록금은 감당하기 어려운 산이 된다. 잠 잘 시간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해 보지만 그것으로 충당 되는 등록금은 아니다. 그렇게 졸업을 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외국에서도 잠시 공부 해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자들을 원한다. 아르바이트만 해도 버거운 시간에 외국과 다양한 사회 경험은 호사가 되어 버리고 다시 우리는 부모님의 삶을 답습한다.
위의 이야기는 팩션이었고 아래 이야기는 100%의 현실이다. 어느 쪽이 더 무겁고 가벼운 지 평가할 수 있을까. 이게 바로 지금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찡하고 더 감동적이고 더 무겁다. 이 현실엔 과연 답이 있을까. 100년 전 이야기가 지금에도 이렇게 통용되고 있는데, 이 갈등은 언제쯤 해소되고 이 아픔들은 언제쯤 무뎌질까. 책은 끝나고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우리는 아직도 길고 긴 터널 속을 지리하게 지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장미를 원하고, 그럼에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