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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평점 :
청소년 문학 시장의 붐이 일던 때가 있었다. 성인이 봐도 즐거운 문학들이 줄기차게 나왔고, 그 중에 몇 권은 드물게 베스트셀러 반열에도 이름을 올렸다. 청소년 문학과 성인 문학의 경계는 여전히 불분명했지만, 그 어떤 타이틀을 달았건 독자를 몰입시키는 텍스트를 만난다는 설렘을 주는 책들이 계속 되었다. 그러다 주춤. 주춤의 주체는 알 수 없다. 바짝 당겨진 끈이 살짝 느슨해 졌던 것인지, 아니면 삶의 페이스를 핑계 삼는 나의 탐독 아닌 탐서가 맥을 못 추고 있었는지. 그런 시간이 지속되던 중, 봄바람 처럼 살랑거리며 내 귓가에 그 소문을 나누는 책이 있었다. 제 1회 수상작이라는 매력적인 타이틀까지 달고 있었다. 상을 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 1회 수상작은 그 상이 앞으로 가질 위엄을 증명해 주기도 하기에 늘 빼 놓지 않고 있었던 터였다. 그렇게 샛노란 표지의 상큼한 책장 문이 열렸다.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상상력과 발랄함이 주 무기는 아니라는 것은 첫 장만 봐도 알 수가 있었다. 노련한 글 솜씨가 보였고, 쉽지 않은 주제들이 보였고, 청소년 문학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소설들이 왕왕 그렇듯 무언가 결함이 있는 아이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설마 하고 웃어 넘길만한 엄청난 일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선 진짜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여울이라는 이 아이가 처해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그저 어이 없지만은 않다. 인간극장이나 휴먼 다큐멘터리 어디쯤에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을 법한 그런 사정이다. 그래서 더 안 쓰럽다. 같은 상황이라도 나이에 따라 느끼게 되는 삶의 체감 무게는 엄연히 다름을 알고 있고, 그것을 감안한대도 그 아이의 사정 꽤나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삶이란 아이나 어른이나 그저 버텨나가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는 버티기 위해 가출을 하고, 누군가는 독립을 하며 스스로의 방법으로 그렇게 버텨나간다. 여울이에겐 그 돌파구가 코스튬플레이와 출가 계획서 그리고 세바스찬이었듯, 그 시기엔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도 어떻게든 우린 우리만의 돌파구를 만들며 이 삶을 버티고 있다.
이 책은 읽는 법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것 같다. 하나하나 따지기 좋아하는 어른들에겐, 코스튬플레이를 하며 만난 아주머니와 세바스찬이 왜 등장해야했는지 의문이 들며 후반의 힘이 빠진다는 질책을 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에겐 많은 소재들을 엮어 놓은 연결고리가 느슨하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나도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삶엔 특히 어린 시절엔 우리 주변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왜 내 주변에 그런 것들이 있는 지 알 수도 없는 것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고 그것들에 의해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으며 지내왔다. 그것이 우리를 성장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대화와 공감이 가장 중요한 것인 그 나이의 아이들에겐 이런 환경이지만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아주 근본적인 교훈이 때론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그 수많은 것들이 결국 너희를 자라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텍스트의 짜임새와 연결고리보다는 더 중요한 것임은 틀림 없다. 그렇기에 결국은 이 책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그 모두를 에우르는 신선한 재미와 감동을 군데군데 숨겨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또 하나의 비밀의 열쇠를 찾는 것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