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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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마침 텔레비전에서는 아이의 영어 교육을 위해 몇 억을 투자했다며, 빚을 내서라도 아이의 사교육에 투자하는 돈은 줄일 수 없다는 엄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투자'라는 말은 곧 이익을 얻기 위해 돈을 쏟는 것을 말하는 바, 아이의 사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생각이 결국은 이익을 얻기 위함임을 짐작해 본다.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이익이란 무엇일까. 아이의 사교육마저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이 시스템이 바람직한 것일까.

     책 <비즈니스>는 그런 사회의 문제를 낱낱히 고발한다. 아이의 교육비를 대기 위해 몸을 파는 여자, 그 여자의 행실은 충격적이지만은 않다. 이미 우리는 뉴스나 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흔치 않게 들어 왔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위해 부모가 몸을 파는 유일한 나라, 우리는 그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사랑조차 비즈니스의 연속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비즈니스 우먼들의 태도엔 부끄러움이 없다. 이게 다 나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며,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발을 맞춰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투자를 해 만들어 내는 그들 인생 최고의 상품들은 그들이 원하는 그대로의 것이 될 수는 없다. 그 상품들은 결국 이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기에 상위 몇 프로만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물건들이 되어버린다. 그렇게도, 애 써서 만들어 낸 내 인생 최고의 것이 이 세상 안에서 존재를 확인받지 못하는 또 한 명의 무국적자가 되어갈 뿐인 것이다. 그것을 너무나 생생히 보여주고 있어서 이 책 속에 간간히 등장하는 이팝나무의 존재는 환상적이면서도 망연스럽다. 밥알이 쏟아 나오 듯 만발하는 그 나무는, 이 세상의 어두운 면과 극하게 대비가 된다. 그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우리의 비즈니스는 그 뜻이 어찌 되었건 간에 더러워 질 수 밖에 없다.

     여자가 만난 결론은 성공적인 상품을 배출한 것도, 이 세상에 찬 물을 끼얹은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 자신을 찾은 것처럼 후련해졌고 그의 아들 여름이를 끌어 안았다. 자신의 길 안에서 행복해 진 것이 그녀가 만난 결론이었지만 나는 왠지 그 결론이 석연치만은 않다. 그녀 본인은 그것이 사랑이라 여길 지 몰라도 그녀는 타잔을 만나는 내내 남편과 아들에 대한 이유 모를 향수에 젖었고 그들에 대한 의무도 느슨하게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내 맡기지 못한 그녀의 사랑은 사랑이라기 보다 타인에 의해 깨어난 행복했던 한 때에 대한 회상이 아닐까 생각 해 보는 것이다. 결국 또 다른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 같다는 묘한 느낌, 이 느낌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그들이 이야기하는 '비즈니스'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어떤 것을 희생하는 투자의 개념이라면 우리는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 유일무이한 나라라고 하지만 이 세계 속 모든 순환 자체가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시간이나 노력을 희생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들어나는가에 따라 우린 속물이 되기도 하고 비속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까. 그녀는 사마리아 여인일 뿐이다. 우리 모두 자신에게 돌을 던지지 못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너희들 중 죄가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예수의 말씀이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씁쓸하지만 단순히 그것 뿐만은 아닌 다양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며 박범신의 필력은 그것을 극대시킨다. 하지만 그 메시지들이 모두 전달될 수는 없다는 것은 단점이자 한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앞 선 '고산자', '은교'를 통해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작가에게 이 책은 전작에 비해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 그리고 우리가 비난하고 있는 대상이 과연 그럴만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해 준다는 점은 훌륭하다. 나도 생각해 본다. 나는 지금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내가 나 자신을 속이며 어떤 비즈니스를 계략하고 있진 않은가.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점, 바로 그것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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