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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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고 판타지 일 것 같다는 억측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탓일 것이다. 코미디 판타지일 것이라는 단순한 망상(!)을 하면서도 몇 개월 전 읽었던 <새엄마 찬양>의 짧은 단편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라고 생각했다. 노벨상을 받았건 뭐건, 그런 것은 개인의 상상을 침해하는 데 중요하진 않다. 

그런 상상으로 이 책을 폈고 또 책에 당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이 책에 집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빠른 스피드로 불규칙하게 바뀌는 서사의 주인공들이 바뀌는 탓이기도 하고, 시간과 공간의 통일성 따위는 없다는 듯 저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생각나는 대로 마구잡이로 이야기들을 끼워 넣었다는 느낌이 드는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들을 견디고 책에 몰입해 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그 이야기들을 즐기게 되고 작가가 흘려뱉는 듯한 반어의 코미디에 빠지게 된다.   

밀림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배치한 군인들에겐 욕구를 배출할 곳이 없다. 그들에게 문제가 되는 욕구란 다른 것이 아니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에겐 식욕이나 수면욕만큼이나 강하다는 바로 그 성욕의 문제다. 그 문제들이 커지고 커져 이들은 원주민을 겁탈하게 되고 이것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만다. 그 문제를 위해 내놓은 해결책 하야 '특별 봉사대' 창설. 이 특별 봉사대라는 것이 무엇인고 하니 군관료인 판타레온을 책임자로 비밀리에 창녀들을 모은 후, 각 밀림에 주둔 해 있는 군인들의 욕구를 해소해 주기 위해 그녀들을 봉사활동 보내는 셈인 것이다.이 쯤 되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마치 사대강 사업의 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여기서 위대한 작가들의 위대한 작품의 특색, 고금을 막론하고 적용되는 보편적인 무언가가 숨어서 꿈틀대며 작가 특유의 위트나 기지로 그것을 살짝 덮고 꼬고 한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아하. 그래서, 상 받으셨구나.  

우리의 과거, 타인의 과거, 다양한 것들이 오버랩 되며 그것에 처신하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다른 배경 탓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아픈 과거고 슬픈 기억이라는 점은 똑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현재에서 반성해 나가느냐가 얼마나 중요할 수 있는지 우리는 보게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나와 비슷한 우리의 과거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자의냐, 완벽한 타의냐의 상관은 있지만 이젠 우리도 한 권의 탁월한 문학작품을 통해 그것을 세상에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든다. 적어도 (옛날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상 화보집은 아니어야 함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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