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국도 Revisited (특별판)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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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겐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 책을 처음 읽던 그 때, 그리고 Revisited로 다시 태어난 이 책을 다시 읽는 지금의 나 사이엔. 시간이 흘렀고, 공간들이 지나갔다. 그 시간, 그 공간들은 지금 어디로 간 것일까. 그 의문이, 책 속 청춘들이 7번 국도를 타고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그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내겐 사라지지 않았다. 그 시간은 죽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희미하게나마 기억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처음 읽던 그 때, 난 아마 24살이었을 것이다. 24살이란 나이에 난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꿈이라는 것을 갖고 싶어 바둥거렸다. 작가처럼, 나도 그 땐 내가 너무 많이 나이를 먹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이 나이에, 다른 이들은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 때에, 이제야 꿈을 갖고 싶어하다니. 나 원 참. 그 후로도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고 흘렀고 난 무언가를 찾아냈다고 생각했지만 번번이 실패였고 지금 난 무언가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확신이라는 것은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내가 나이를 너무 먹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만, 더 빨리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삶의 윤곽을 잡아가는 일이고 외로움에 무뎌지는 일이라면.

     사랑하고, 그러다 누군가 사라지면 외로워지고, 그 외로움을 극복하려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 옆에 있어도 외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세상을 다 배운 것 같고, 그럼에도 혼자 겪는 외로움보단 둘이 겪는 외로움이 덜 할 거란 생각에 누군가를 붙드는 일의 반복들, 그 일들을 리스트로 만든다면 어쩌면 그건 7번 국도에서 죽은 사람들의 명단같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존재하지도, 존재하지 않지도 않는 기억들의 연속일테니까. 하지만 그런 기억들의 연속들을 만들어나가는 것 역시 청춘이기에, 그것을 감정의 소비라 생각지 않고 감정의 전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일지도. 그렇다면 난 너무 일찍 늙어버린 것일까. 너무 일찍 다 늙어버려서 더 이상은 나이를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일까. 아, 어렵다. 사랑과 청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차라리 세희가 배웠다는 것처럼 생각을 흘려버리는 편이 낫겠다.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더 이상 무언가를 위한 행위를 하지 말고 행위 자체에 만족하며 생각은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일, 그게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시간도 공간도 그렇게 다들 흘러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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