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숨은 고양이 찾기 -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고양이를 찾아 떠난 여행 이야기
장원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딴 사람한테 줘 버려."

     "너 그러다 결혼 못 한다."

     나의 고양이 롤리팝과 만난 후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아마 저 두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난 그들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다. 왜 고양이였고 왜 고양이가 아니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어차피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테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이해가 단절된다면, 그건 대화가 아니다. 그냥 잡음일 뿐.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양이가 주는 위안. 그것은 술 한잔 하고 다 잊어, 라는 요란한 위로도 어깨를 토닥이며 가만히 지켜 봐주는 푸근한 위로도 아니다. 고양이만이 줄 수 있는 위안은 나를 그저 내버려 두는 것이다. 힘든 순간을 온전히 겪어 내지 않으면 작은 파편들로 더 길게 힘들 것임을 알기에 그저 나를 내버려 두고 멀리서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내게 작은 온기를 전해주는 것.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최선의 위안을다.

     회사를 그만 두고, 구직생활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난 점점 지쳐갔고 사람들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겼던 어느 날 터지고 말았다. 한 없이 눈물이 흘렀고 가슴이 먹먹했고 세상이 내게만 고된 것 같았다. 아님을 알면서도, 그 바람을 다 견디면 난 더 단단해 져 있을 것임을 이것은 내가 견뎌야 할 내 몫임을 알면서도 모두 포기하고 싶었다. 그 때, 멀리서 날 지켜보던 롤리팝이 다가와 그르렁 거렸고 난 그를 안고 그의 작은 심장 소리를 들었다.

     "살아있구나. 너는. 살아야 되구나. 나도."

     난 그렇게 그 작은 심장소리에 다시 힘을 얻었다. 눈물을 닦았고 다시 이력서를 쓰고 다시 책을 폈다. 내가 살아가야 할 곳에 더 힘을 실었다.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다. 단지 고양이이기에 가능했던 일.

 

     그것을 겪어 본 나는, 고양이에게 위로 받고 고양이를 만나고 싶어 파리로 떠난 언니를 이해한다. 그 길에서 새롭게 만난 고양이들에 언니가 얼마나 설렜을지도.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엘프를 보내며 언니가 느꼈을 자책감도.

 

     롤리팝을 데려오는 일에 대해 나를 아는 일부 사람들은 내가 다소 무모하고 성급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롤리팝을 만나기까지 난 엄청난 고민을 했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한 개 똘이를 내 품에서 보냈을 때의 상처가 여전히 컸기에 또 다른 생명을 받아들인다는 자체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그를 받아들인다면 그가 부유한 삶을 누리진 못할지라도 부유한 사랑을 누리게 해 줄 것이란 자신에 롤리팝을 데려왔었다. 내가 아주 많이 어렵던 어느 날.

     하지만 지금 느끼는 것은, 이 책을 보며 다시 한 번 알아버린 것은, 내가 그에게 부유한 사랑을 누리게 해 주는 것도 내가 그를 데려온 것도 아닌 롤리팝이 내게 왔고 그가 내게 부유한 사랑을 전해주고 있다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작게나마 무언가를 시작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또 하나, 내가 저자를 언니라 부르는 건 언니를 통해 또 하나의 기쁨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회사에 들어가고 롤리팝과 내 사이엔 작은 갈등이 생겼다. 평생 도도할 줄 알았던 아이가 칭얼거림이 심해졌고 아침에 출근하려는 내 모습을 보면 발을 잡고 울었다. 결국은 그 스트레스들이 혈변으로 이어졌고 롤리팝과의 실랑이로 마음고생을 할 때 언니가 내게 보내 준 오드는 분명 축복이었다. 오드를 안고 롤리팝이 기다리는 집으로 오며 난 오드의 온기에 또 다시 마음이 뛰었다. 이 둘을 위해 나는 더 열심히 살 것이고, 이 둘과 더 행복해 질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언니가 내게 보내준 것은 분명 고양이었지만, 그들의 작은 몸보다 훨씬 큰 세계이기도 했다.

 

     <파리의 숨은 고양이 찾기>는 애묘인과 브리더 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알고싶은, 혹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있는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파리'라는 공간 뿐만 아닌 우리의 일상 속에 숨어있는 고양이들을 찾아보고 그들의 매력에 빠져보기를 바란다. 고양이를 이용한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고양이의 세계를 이해했다면, 그들과 우리가 이루고 있는 묘한 유대관계를 알았다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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