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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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읽기의 즐거움은 읽는 행위 속에서 시공을 초월한 인류 보편적인 감성을 만나게 됨과 동시에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데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다양한 고전작품들을 만나다 보면 동서고금 세상만사의 이치에 대해 하나씩 되짚어 보고 새롭게 발견하기도 하게 되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 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내가 고전을 읽는 이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고전들이란, 세대가 지날 수록 그 컬렉션이 바뀌지 않았고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며 고전이라기 보단 중고등학교 문학수업을 연상시키는 지루하고 딱딱함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다양한 출판사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신선하고 과감한 시도들을 하며 지금껏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걸작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시공주니어의 '네버랜드 클래식'을 통해 완역본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던 회사의 성인 단행본 파트에서 세계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는 것도 그런 이유로 더욱 반가웠고 기대가 많았다. 그리고 그 컬렉션의 첫 스타트를 만나게 되었다. 국내 번역서로는 생소한 작가이지만 그 문화권에선 중요한 작가로 손꼽히고 있는 '알프레드 되블린'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 선택된 것은 과감하면서도 앞으로를 기대하게 할만한 선택이었다. 세계문학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지금,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미 알고, 들어 본 작가와 작품보다는 들어 봤을 법하지만 생소하고 그러나 중요한 그런 작가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만났을 때 나는 아주 아쉬워진다. 그 아쉬움은 그 국가의 문화를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그 작품이 쓰여진 언어를 내가 하지 못한다는 한탄에서 시작되는데 만약 그 문화를 이해하고 그 언어로 그 작품을 수용한다면 훨씬 더 심도있고 즐거운 독서가 되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번역서에서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느꼈겠지만 이 책에선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느껴졌던 전쟁 이후, 도시의 우울함이 전반적으로 낮게 깔려있다. 하지만 사람은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을,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르를 통해 여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주인공이 살인죄로 4년을 복역한 죄수라는 점은 이런 점에서 더 소설을 부각시키는데, 그것은 감옥에서 막 출소한 그나 전쟁이라는 시대의 감옥에서 막 던져진 군중들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고 현대의 시선에선 어쩌면 그가 가장 재기하기 어려운 포지션일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어떻게든 살아가고 그 도시로 다시 편입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쓰여진 연도는 소설 속 인물이 살아가는 연도와 일치하는데, 이는 어쩌면 문학의 가장 큰 속성일 우회적으로 사회를 보여주는 특징을 아주 잘 살릴 수 있게 해 준다. 소설 속에 나오는 짤막한 실제 신문 기사나 공연, 광고문 등은 번역본으로 이 작품을 마주하는 독자들에게 생소함을 선사 해 가독성을 떨어트릴 수도 있지만 그간 읽어왔던 독일문학들과 비교했을 때, 독일문학을 잘 대표하고 있다는 느낌과 더불어 앞에서 말한 아쉬움을 안겨주는 대표적인 것들이 된다.

 

     다양한 선택의 즐거움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더 이상 '고전'이 식상하고 지루한 것이 아닌 선택의 즐거움까지 향유할 수 있는 것이 되면서 독자에게 고전을 읽는다는 새로운 느낌을 전달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문학의 숲'이라는 이름을 달고나온 이 시리즈는 이 첫 권으로 확실한 인상과 함께 기대감을 남기게 되었다. 숲은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즐길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겉에서 보면 웅장해 보이고 뭔가 자연이라는 거대한 실체를 마주한 듯 하지만 안에 들어가서 그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은 생각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와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치유의 느낌을 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들이 그런 실제 숲의 느낌을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주기를, 고전읽기의 즐거움에서 앞으로도 당분간 빠지기 싫은 한 독자로서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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