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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탐닉 - 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 ㅣ 김혜리가 만난 사람 2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과 사람간의 사적인 대화. 그 대화를 엿듣고 싶은 욕망, 대중들의 그런 욕망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 인터뷰의 시작이라면 이 책을 통해선 그런 욕망을 채울 수도 있고, 누군가의 비밀스런 공간을 엿보는 재미도 챙길 수 있다. 노련한 인터뷰어 김혜리, 그녀와 22인의 사람들.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나와의 인터뷰를 해보기도 한다. 난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털어놓는 시간. 이 책 속에는 그런 수많은 재미가 있다.
- 백수로 지내신지 3개월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점점 자신감이 없어져요. 난 뭘 해도 되는 놈이다, 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강했는데 점점 작아지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그럼 전 이 시간이 익고 있는 시간이겠죠. 너무 익어서 타기 전에 백수 탈출을 해야 하긴 할텐데요.
- 그런 시간을 보냈음에도 아직 사람에 대한 믿음은 있으신 거죠?
그럼요. 그런 시간을 보내서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죠.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말을 믿어요. 백수 생활 내내 제게 믿음을 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전 아마 굶어죽었을 거에요. 백수라고 밥 사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그들이 제겐 희망이었죠.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세요?
보란듯이 잘 돼서 저를 외면했던 대상들에게 마음껏 눈을 흘겨 줄 거에요. 나 이런 사람이었는데, 몰랐지? 하고 약을 올리고 싶어요. 그리고 저를 살려주신 수많은 분들께 보답해야죠. 쨍하고 해뜰 날이 돌아왔으니 제 양지 안에서 일광욕 한 번 즐겨보시라고 할 거에요. 또 롤리팝에게 비싼 사료도 사줄 거고요.
- 아, 고양이를 키우시죠?
아니요. 지금은 고양이가 저를 키우는 셈이에요. 심심할까봐 사고 쳐주고, 돈 쓸 데 없을까봐 한번씩 아파주고, 잠 푹 잘까봐 밤이면 우다다 뛰어다니니 심심할 틈도 잠을 푹 잘 틈도 없어요. 절 움직이게 만드는 셈이죠. 앞으로는 고양이를 한 번 키워보고 싶어요.
+ 앨리스의 진심
사실은 이런 웃자고 하는 내 하소연이 아니라 언젠가는 정말 근사한 인터뷰를 한 번 해보고 싶다. 내가 가끔 웃자고 하는 언젠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는 게 꿈이라는 내 말은 웃자고 하는 말은 결코 아닌 진심이기도 하다. 이 책 속에서 다시끔 알게 된 22인을 보며 그러기 위해선 조금 더 알찬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 지나가는 바람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단단해 져야 나만의 비밀을 품을 수 있겠다는 생각. 지금도 내겐 가벼운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