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그냥 갑자기 손을 뻗었고, 제리가 내 옆에 앉았다. 그의 삶이 위태했다. 나는 그에게 손을 뻗어주고 싶었다. 그 아이도 너와 같을까? 난 제리에게 조용히 물었고 제리는 아무 말 없이 담배만 물고 있었다. 휴대폰의 버튼을 눌렀다. 보고싶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에둘러 보낸 내 문자에 그 아이는 벌써 30분째 연락이 없었다. 짧은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속이 쓰려왔다. 먹먹한 기운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 눈물로 쏟아나올 것 같았다. 또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지독하다. 이 시간이. 난 빨리 이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

     타로를 봤다. 그 아이도 나도 떠날 운명이라 했다. 서로가 끝을 알고 시작한 관계, 그게 그 아이와 나의 운명이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만났지만, 서로가 힘들어 질 뿐이고, 그래서 서로를 떠나고, 그리고 또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타로 마스터는 말했다. 이따금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을 때 타로를 보곤 했지만 난 그 말들을 믿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내게 할당한 카드를 뒤집는 시간에 대한 보상을 대강 하고 다시 나올 뿐이다. 마치 제리를 만나는 것처럼.

     제리를 만나는 일이, 그리고 그 아이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은 내 불안한 시간 탓이었다. 아슬아슬 얇은 줄 위에 올라 서 아득한 밑을 보지 않으려 먼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나는 내가 딛고 있는 곳이 두렵기만 하다. 아무 미래도 없을까봐, 조심조심 발을 내 딛어도 결국 남는 것은 낭떠러지 뿐일까봐 힘겹다. 제리가 말한다. 죽어도 똑같을까봐 그게 무서워. 난 말한다. 그래, 나도. 나도 그게 무서워.

     20대를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그 나이가 되면 화려하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일상이 날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 불안하고 두렵고 무서운 시간인 것을 알았다면 결코 나이를 먹는 것이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난 30대를 동경한다. 그 나이가 되면 안정되고 편안하고 너그러운 일상이 날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쓴 맛을 조금 경험한 난 한편으로 이렇게 두려워한다. 또 다시 그 시간이 날 배신하면 어쩔까 하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결국 시간은 날 지나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불안한 날도 힘든 날도 살아가야만 한다. 그 길에서 또 다른 내가 내 안으로 하나하나 들어오길 바라는 수 밖에. 제리도, 나도, 그녀도, 그 아이도, 이 불안한 20대를 그렇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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