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술사가의 미술 치유 에세이

아버지의 정원 -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
정석범 지음 / 루비박스 / 2010년 7월

     내가 좋아하는 어떤 작가는, '키친 테이블 노블' 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며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게 있다면, 세상의 모든 키친 테이블 노블은 애잔하기 그지없다. 어떤 경우에도 그 소설을 전적으로 자신을 위해 씌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스탠드를 밝히고 노트를 꺼내 뭔가를 한없이 긁적여 나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직장에서 돌아와 뭔가를 한없이 긁적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지만 긁적이는 동안, 자기 자신이 치유받는다. 그들의 작품에 열광한 수많은 독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키친 테이블 노블이 실제로 하는 일은 그 글을 쓰는 사람을 치유하는 일이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마음산책)

     라고 했다.

     이 책을 보며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치유하는 글쓰기, 그것은 과연 문학이 가지고 있는 힘인가.

     그리고 문학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면 음악과 미술에도, 아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예술적인 것에는 그런 힘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테다. 원하지도 않는 타이밍에 우리는 무심코 보고 듣는 것에서 치유를 받고, 그 치유를 받아본 자는 자신이 그 치유의 방법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욕망을 갖게 된다. 또 다른 방법의 예술 형태로라도.

     어쩌면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림을 보며 자신의 유년시절의 상처와 마주하게 되고 그 것을 글로써 풀어낸다. 아버지와의 일화를 다시 꺼내어 보게 한 그림. 그것간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그림이라는 것이 주는 묘한 안정을 좋아하는 터라 나도 언젠간 미술사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이런 책은 언제나 반갑다. 또 예술작품에 대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 태도도 좋다. 그래서 이 책은 따뜻했고 언젠가 나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가지고 치유가 되는 썰을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나만의 키친 테이블 노블을 써 본다. 이 묘한 관계 속의 안정을 경험해 보고 싶다. 다소 아쉬웠던 것은, 책의 제목과 표지가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제가 있긴 했지만 <아버지의 정원>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미술을 통한 치유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평범한 에세이 정도의 느낌에 그쳐 버렸다. 그 제목의 느낌을 깨고 이 책을 선택한다면,  다양한 그림을 통해 따스한 감성을 만날 수 있을 듯 싶다.